제1176장
소피아가 발코니 난간을 탁 잡고는 길게 뻗은 눈매를 깜빡였다.
“만약에! 만약에 끝까지 못 찾으면 다른 여자 받아줄 생각은 있어?”
“만약은 없어.”
소피아가 입을 삐죽 내밀며 툴툴댔다.
“어우 재미없어! 가설도 못 해보냐!”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내 말은......만약 끝까지 아가씨 못 찾으면 내가 네 곁에 있어줄 수도 있다는 거지. 어차피 우리 미국에서 혼인신고도 했고 남도 아닌데!”
그렇다, 둘은 미국에서 혼인신고를 한 사이다.
당시 허성대가 결혼하라고 닥달하며 아니면 수술대에 오르지 않겠다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결국 허태윤은 마지 못해 가짜 결혼을 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소피아가 바로 애초에 그가 고른 상대.
오래동안 알고 지낸 친구인데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이었으니 소피아도 흔쾌히 그 요구에 응했다.
혼인신고를 마치고 허성대에게 그걸 보여줬지만 눈치 빠른 그는 수술이 끝나자 마자 손자가 말도 없이 이혼을 해버릴 게 무서워 반드시 국내에서 약혼식, 결혼식까지 마쳐야 한다며 으름장을 놨었다.
결국 허태윤도 어쩔수 없이 동의를 했지만 하필이면 약혼식 당일 소피아가 탄 비행기가 험한 날씨로 발이 묶이는 바람에 약속 시간을 맞출수 없게 됐던 것.
또한 바로 그날이 고연화를 만나 강제로 키스를 당한 날이기도 했다.
그대로 허태윤은 고연화를 도구 삼아 약혼식을 마쳤고 그 뒤론 소피아와 연락이 뜸해지며 자연스레 혼인신고에 대한 일을 잊어가고 있었다.
최근 연화와 남은 평생을 함께하기로 마음 먹으니 자연스레 혼인신고라는 화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허나 구청 쪽엔 그가 해외에서 벌써 혼인신고를 한 기록이 남아있을 테고 연화가 화를 낼까 무서워 일단 소피아와의 혼인신고부터 철회한 뒤 다시 상황을 잘 얘기해 주려던 참이었다.
문제는 이번엔 소피아가 또 쿨하게 협조를 안 해주며 보상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소피아는 한창 젊은 나이에 자신에게 이혼녀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손해가 엄청나다고 말했었다.
당연히 그걸 알고 있었던 허태윤도 보상을 해주겠다 동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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