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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장

“됐고, 회사 안 갈 거면 방에 있어. 나 방해하지 말고.” 육호중이 고연화 앞에서만 보이는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 부탁하려고 온 거잖아요!” 분명 좋은 일은 아니라고 직감한 고연화가 비스듬히 육호중을 흘겨봤다. “무슨 일인데?” 육호중이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보스가 유영이한테 대신 말해줘요. 지금 나한텐 대꾸도 안 하고 진짜 딴 남자 만나는데 너무 속상하다고......” 고연화가 그런 육호중을 한쪽으로 콱 밀어냈다. “싫은데. 전에 성인용품 사달라고 했을 때 유영이 기분이 어땠을진 생각 안 해봤어?” 그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던 육호중이 구구절절 해명에 나섰다. “그땐 내가 유영이 좋아하는 줄도 몰랐다고요! 게다가 보스가 어떻게든 유영이더러 마음 접게 하라면서요......” “이젠 다 내 책임이다? 떼어내라고 했지 내가 언제 그런 말도 안 되는 방법이나 쓰랬어!” 육호중이 막 손사래를 쳤다. “책임전가가 아니라 다 내 잘못이에요! 지금은 후회하고 있고 그때 사준 건 쓰지도 않았다고요! 보스, 나 좀 도와줘요 응? 내 인생이 걸린 문젠데 이렇게 보고만 있을 거예요?” “난 너같은 남자들은 도와줄 생각 없어. 지금은 못 가져서 안달이겠지만 정작 손에 넣으면 얼마 못 가서 싫증 낼 거잖아? 책임질 수는 있고?” 육호중의 눈가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견결함이 묻어나왔다. “그럼요! 지금은 딴 여자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고요! 그러니까 보스, 제발 다시 유영이 붙잡을 수 있게 도와줘요! 응?” 이토록 집착하는 모습을 본 적 없던 고연화도 진심이라고 여겨졌는지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 볼게.” 생각해 본다는 게 반은 동의했다는 뜻인 걸 알았던 육호중은 대형견마냥 고연화의 목을 감싸안고 얼굴을 부비적댔다. “보스가 최고야!” 고연화가 하늘로 솟을 듯 눈을 희번득거렸다...... “크흠!” 이때, 갑작스런 헛기침 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들려왔다. 자세를 바로잡고 고개를 돌리니 정지호가 방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는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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