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4장
유영이 입꼬리를 움찔대며 팩트폭격을 날렸다.
“좀 늦은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남자가 팔소매를 거둬 명품 시계를 드러내며 말했다.
“아차! 벌써 40분이 넘게 흘렀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유영 씨,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네요!”
하!
소개팅 상대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던 유영은 이로써 완벽히 마음을 접은 채 어떻게든 이 곳을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유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남자는 두껍고 육중한 안경을 들어올리며 활짝 웃어보였다.
“어찌 됐든 만났으니 그런 건 신경 쓰지 말자고요! 유영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소개 먼저 할게요!”
그런 건 신경 쓰지 말자니?
저기요 아저씨, 40분을 넘게 지각해놓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고?!
남자는 전혀 유영의 대답은 기다릴 생각도 없는지 또 먼저 입을 열었다.
“이름은 박정태, 올해 스물여덟입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석사 학위 끝마쳤고요. 키 180에 체중은 90kg예요. 평소 담배랑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이상한 취미 같은 건 없습니다. 내조에 힘 써주는 현모양처같은 여자를 만나고 싶고요. 유영 씨는요?”
유영이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방금 갑자기 자리에 앉은 터라 키가 180인지는 모르겠으나 저 번지르르하고 넙데데한 얼굴을 보면 체중이 90kg이라는 건 확실하다!
“박 선생님 안녕하세요. 유영이라고 합니다. 다른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아닌 것 같아서요.”
유영이 입꼬리를 씰룩대며 억지로 웃어보이자 박정태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왜죠? 왜 벌써 그렇게 단정짓는 건데요? 전 유영 씨 첫인상 좋았는데요, 얼굴도 예쁘시고! 나이가 있긴 해도 예쁘시니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키도 제 이상형에 부합되는 것 같은데, 아마 165쯤 되겠죠?”
나이가 있다니? 겨우 스물 여섯인데, 심지어 이 남자보단 두 살 더 어린!
뻔뻔하게 어디서 나이를 운운해!
“선생님, 방금 스물 여덟이라 말씀하셨죠?”
박정태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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