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나랑 결혼하면 직장 그만두고 집에서 얌전히 내 시중만 들면서 1년 내로 아들만 낳아주면서 돼! 난 딸은 싫어, 딸은 돈이 많이 들잖아!” 남자는 기세등등해서는 그렇게 외쳤다. 고연화는 이 맞선 상대를 쳐다봤다. 머리숱이 적고 배는 튀어나온 데다 나이는 마흔이 다 되어가는 중년의 남자였다. 새엄마인 류예화는 혹시라도 그녀가 좋은 집에 시집갈까, 이런 나이 많은 쓰레기와 선을 보라고 강요했다. 하! 중년의 남자는 고딕풍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고연화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굴곡진 몸매에 분위기도 괜찮아 보이는 게 벗겨 놓고 보면 예쁘겠다고 생각해 한 마디 더 물었다. “키는 몇이지?” 고연화는 무료하게 잔 속의 커피를 저으며 말했다. “168.” 중년의 남자는 흠족해하며 말했다. “음, 나름 나한테 잘 어울리겠네. 내가 키가 약 180 정도로 딱 어울리는 키 차이지! 앞으로 입 맞출 때면 발꿈치를 들고 입을 맞춰야겠지만 괜찮아. 내가 허리를 숙여서 맞춰주도록 하지!” 모두가 알다시피싶이 근자감 넘치는 남자들이 말하는 약 180은 최대 172였다! 고연화는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눈으로 그를 흘겨봤다. “저기요, 어쩌면 여자애가 발꿈치를 들고 입을 맞춰야 하는 남자는 키가 몇인지 모르는 모양이네요.” 중년의 남자가 불쾌해하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뜻이야?” 그때, 카페 안으로 체구가 거대하고 차가운 인상의 아우라가 엄청난 남자가 들어왔다. 방금 들어온 남자를 흘깃 쳐다본 고연화의 두 눈에 장난기가 번뜩이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저기요, 실례지만 그쪽 키 좀 빌려서 진정한 키 차이가 뭔지 보여줘도 될까요?” 차가운 인상의 남자가 표정을 굳혔다. 미처 거부하기도 전에 고연화는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더니 발꿈치를 들어 정확하고 빠르게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봤어요? 적어도 이정도 키는 돼야, 여자애가 발꿈치를 들고 입을 맞춰줘요!” “너…” 중년의 느끼남은 분노를 터트리더니 씩씩대며 일어서 고연화에게 손가락질 했다. “이 방탕한 여자가, 아무 남자나 잡고 입을 맞추다니! 너 딱 기다려, 오늘 네가 저지른 악행들 중매인에게 다 얘기할 거야. 아주 이 바닥에 소문 제대로 낼 거야. 앞으로 두 번 다시 맞선 볼 생각 하지 마! 퉤!” 바라던 바였다! 오늘 이 일이 퍼져나간다면 앞으로 새엄마인 류예화는 어디서 이상한 맞선 상대들을 데려올 수 있을지 두고 볼 작정이었다! 고연화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코웃음을 친 뒤 근자감 넘치는 느끼남을 발로 까버린 뒤 ‘용감히 나서준’ 거대한 남자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아저씨, 정의롭게 나서서 입술 빌려준 거 고마워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봐요, 안녕!” 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등을 돌려 떠나려고 했지만 차가운 큰 손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낮게 가라앉은 냉랭한 목소리가 고연화의 귓가에 들려왔다. “강제로 입을 맞춰놓고 이대로 가려고요?” 그녀는 강렬한 압박감에 한기가 느껴져 고개를 들자 차갑고 공격적인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목구비가 진한 절세 미인이었다! 머리를 전부 올백으로 넘겨 성숙해 보이는 헤어 스타일에 희고 진한 이목구비를 지니고 있었고 미간 사이에는 여유로운 위험과 날카로움이 담겨 있었다. 위험! 방금 전에 맞선남을 맞받아치느라 보이는 사람 중에 가장 큰 사람을 골랐지 이 남자의 얼굴은 자세히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이 남자는 확실히 남들과 다르게 잘생겼다. 분위기만 봐도 보통 인물은 아닌 것 같았다! 고연화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 그럼 어쩌고 싶은데요?” 남자는 음산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고연화를 노려보다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꺼내려 했다. 바로 그때, 남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은 옷차림의 부하가 통화를 마친 뒤 굳은 얼굴로 다가와 보고했다. “대표님, 상황에 변동이 생겼습니다! 소피아 씨의 항공편이 악천후 때문에 회항 중이라 오늘 내엔 국내에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의 약혼식은 오늘인 데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어떡할까요?”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 약혼식은 할아버지의 목숨과 연관된 자리였다! 할아버지는 나이가 서른이 되도록 여태껏 혼자라는 것에 화가 나 결혼을 재촉하다 하다 심장병까지 발작한 탓에 반드시 당장 이식 수술을 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르신이 수술에 협조하게 하려면 오늘 반드시 약혼을 하고 3일 뒤에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었다. 소피아는 원래 할아버지에게 핑계를 대려고 찾은 여자였는데 이제 오지 못한다니… 그시각, 고연화는 아직도 남자한테 단단히 잡혀 있어 조금 짜증이 일었다. “저기요, 아저씨. 저한테 또 볼 일 있어요? 없으면 저 좀 놔주실래요?” 허태윤이 음산한 눈으로 고연화를 쳐다봤다. 길쭉한 눈매에 알 수 없는 감정이 깃들었다 별안간 차갑게 입꼬리를 올린 그가 입을 열었다. “기왕 이 아가씨가 제발로제 발로 찾아왔으니, 이 사람으로 소피아를 대신하지!” 정 비서실장은 순간 멈칫하다 경멸 어린 시선으로 고연화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스모키 메이크업, 폭탄 머리, 날라리 같은 차림새의 여자애였다. 이런 여자는 자신의 대표님 옆에 있을 자격이 없었다! “대표님, 이 아가씨는 좀…” “이 여자로 하지!” 정 비서 실장은 감히 더 토를 달지 못했다. “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 고연화가 경계하며 물었다. “뭐가 저라는 거예요? 아저씨, 저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남자 고연화를 흘겨보며 차갑게 한 마디만 남겼다. “날 책임지라고요!” 책임? 고연화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을 했다. “… 설마 아니죠, 아저씨? 입 한번 맞췄다고 책임을 지라고? 나 방금 전에 내 첫키스를 줬는데도 책임지라고 안했잖아요!”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들썩였다. “첫키스라고?” 고연화는 아쉽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네! 20년 가까이 지킨 첫키스였는데, 아저씨 좋은 일만 시켰네요!” 조그마한 여자지만 흥미로웠다! 허태윤의 표정이 다시 차갑게 변하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이 여자 데려가!” 이내, 고연화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 몇 명에게 끌려가서는 검은색 외제차에 태워졌다… 서울. 만월 가든, 국내에서 가장 고급진 도시속도시 속 장원이었다. 오늘, 제 1가문의 허 씨 가문의 도련님인 허태윤의 성대한 약혼식이 예정되어 있어 연회장 안에는 각종 거물들이 몰려 있었다. “어느 가문의 아가씨가 이렇게 영광스럽게도 태윤 도련님의 여자가 된 건지 모르겠군!” “분명 집안은 물론 미모와 능력을 겸비한 완벽한 아가씨일 거야! 보통 여자가 도련님의 눈에 들 리가 없잖아!” “저기 봐, 도련님이다! 엄청 잘생겼다…” “어? 도련님 옆에 있는 저 여자가 바로 소문 속의 그 약혼녀인가? 근데 어째 좀…” 상상과 많이 다르지? 사람들의 주목 아래 허씨 가문 도련님 허태윤은 기괴한 스타일의 여자를 데리고 연회 중앙의 무대에 올라갔다. 연회의 사회자가 다가와 마이크를 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참석해 주신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허태윤 도련님의 약혼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제로 무대 위에 선 고연화는 속에서 수만 가지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래, 허락을 받지 않고 남자에게 입맞춤 한 건 그녀의 잘못이 맞았지만 차라리 경찰에 성추행으로 신고를 하면 무슨 처벌을 내려지든 달게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가 이렇게 비열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강제로 끌고 와서는… 약혼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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