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2장
나씨 집안이 힘을 잃으면 기자 노릇도 못 할 거면서.
제 뒤를 지켜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동안 아빠로서 딸에게 이리 많은 걸 줬으니 이젠 윤서가 하나씩 보답할 때다.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은 성호는 곧바로 운전해 배연 그룹으로 향했다.
익숙한 차량이 근처에서 주차 자리를 찾는 걸 볼 때, 성호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일심전력으로 배지성을 위하는 딸은 지어 약속 장소마저 그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행여 그가 몇 걸음이라도 더 걷는 걸 원치 않는 듯.
바보 같은 윤서만 모른다, 그 몇 걸음도 걷기 싫어하는 남자에게 과연 좋아하는 마음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도 아빠인 그가 지켜보고 있어서 다행이지.
딸이 배지성을 저렇게 좋아하니 시집 보내도 손해 볼 건 없겠다.
윤서는 카페에 와서도 안절부절못한 채 아랫입술을 깨물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성은 과연 그녀의 문자를 확인했을까.
그렇게 말하면 보러 와주긴 할까.
아무래도 아빠가 벌인 일은 처지를 바꿔 생각해도 용서가 안 된다.
10여 분이 지난 뒤, 결국 지성은 아래로 내려왔다.
훤칠한 그의 모습이 카페 입구에 나타난 찰나, 윤서의 두 눈은 형형히 빛났다.
저도 모르게 목을 쭈욱 빼 들고 아기 사슴처럼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은 남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따라 움직였다.
지성이 마주 앉으니 윤서의 입가에 근사한 미소가 걸렸다.
“보러 와주셔서 다행이에요.”
지성의 표정은 건조했다.
“중요한 걸 주겠다고 했는데?”
윤서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드릴 게 있어요!”
가방에서 USB를 꺼낸 윤서는, 건네기 직전 갑자기 그걸 손에 움켜쥐었다.
이내 난처해하던 그녀는 입술을 잘근 씹더니 한참 뒤에야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이거 드리기 전에, 제 말 좀 들어주시면 안 돼요?
사형수한테도 변명할 기회는 주잖아요!”
불쌍한 모습에 지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벅찼던 윤서가 바로 입을 뗐다.
“전 아빠가 왜 그 영상을 가지게 됐는지, 왜 일부러 전혀 다른 편집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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