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0장
명품백을 모으는건 허윤진의 취미 중 하나였다. 최근 할머니가 카드를 정지시켜 버린뒤로 한참이나 쇼핑이라는걸 못해보긴 했지만......
에르메스, 그것도 열개나 사준다는 말에 눈을 격하게 반짝이던 허윤진은 이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고연화를 훑어봤다.
“쳇! 그럴 돈이 어디 있다고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왜 하는거예요?”
그러자 고연화가 가볍게 미소 지어보였다.
“난 그럴 돈 없어도 너희 오빤 있지. 잊지 마, 오빠 카드 지금 다 나한테 있다는거!”
일리 있는 말에 허윤진이 다시금 들뜨기 시작했다.
“고연화 씨가 말한거예요! 진짜 다 풀면 후회하지나 마요!”
“걱정 마, 난 후회 안 하니까! 그나저나 진짜 안 먹어볼래?”
허윤진이 고연화의 손에 들린 계란물이 든 유리볼을 하찮게 흘겨봤다.
“쳇! 안 먹어요! 돈도 없는 가난뱅이들이 먹는건 우리집 개도 안 먹는다고!”
이윽고 에르메스백 열개를 얻기 위해 문제집을 다시 들고 몸을 돌린 허윤진의 눈 앞에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오빠가 우두커니 서있다......
금방 샤워를 마친 허태윤은 가운을 걸친채 비스듬히 주방 문 옆에 기대서는 쌀쌀맞은 눈빛으로 허윤진을 내려다봤다.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린 허윤진이다.
“오, 오빠......어, 언제 왔어?”
“개나 줘버린 그 더러운 성격은 평생 못 고치겠다!”
이내 허태윤이 철없는 동생을 참교육 시키기 위해 손을 뻗으려 하자 허윤진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치며 고연화의 등 뒤에 쏙 숨어버렸다.
“오빠! 잘못했어! 나, 난......”
허태윤이 날카롭게 윽박질렀다.
“안 나와 너!”
덜덜 떨던 허윤진이 유일한 희망인 고연화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새언니, 저 좀 구해줘요......”
그러자 고연화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저기 냉장고에서 계란 하나 더 가져다줘요! 모자랄것 같으니까!”
애송이의 지시사항인데 그걸 거역할수가 있을까.
허태윤은 결국 허윤진을 한심하게 흘겨보고는 한숨을 푹 쉬며 계란을 가지러 걸음을 옮겼다......
그 틈을 타 주방에서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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