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해고
신해정이 멍하니 있는 사이, 배정빈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죽 한 그릇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침대 옆에 앉아 숟가락으로 한 입을 떠서는 후후 불고 그녀의 입가로 가져왔다.
신해정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조금 피했다.
“제가 먹을게요.”
이런 행동은 너무 가까웠다. 하지만 배정빈은 움직이지 않았다.
숟가락을 든 손은 흔들림 없이 그대로였고,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신해정이 먼저 물러섰다. 그의 손에 기대어 조심스럽게 한 입씩 따뜻한 죽을 받아먹었다. 입안에서 바로 풀어지는 부드러움과 은근한 단맛이 퍼졌다.
“해정 씨, 당분간은 자극적인 건 피해야 해요.”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귀 가까이에서 울렸다.
신해정의 동작이 뚝 멈췄다.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해정 씨?’
늘 그렇게 불리던 호칭인데도 지금은 묘하게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다. 너무 자연스럽고 거리감이 사라진 어조 탓에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그녀의 반응을 본 배정빈의 눈가에 아주 옅은 웃음이 스쳤다.
“미리 익숙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
“앞으로는 저도 해정 씨를 그렇게 부를 테니까요.”
가까운 얼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부정하려 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신해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녀는 재빨리 이불 속으로 몸을 말아 넣고 머리끝까지 덮어버렸다.
“나가 주세요. 이제 잘 거예요.”
배정빈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이불 속에서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작은 형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았다.
호흡이 점점 고르게 바뀌고 정말 잠든 것처럼 보이자, 그제야 그릇을 들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나가며 안방의 불도 잊지 않고 껐다.
배정빈이 방을 나서자마자, 문밖에서 규칙적인 노크 소리가 울렸다.
그는 문을 열었다.
밖에는 그의 비서 진태오가 서 있었다.
깔끔한 정장을 입고 서류봉투 하나를 든 채 정중한 표정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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