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며느리가 될 뻔한 신해정
박준혁이 스스로 나서서 사과문을 올렸다는 사실에 대해, 신해정이 느낀 감정은 그저 놀라움뿐이었다.
그녀는 더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이제 정말로 박준혁과는 완전히 관계가 끊긴 셈이었다.
신해정은 방에서 나왔다. 거실 식탁 위에는 이미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배정빈은 편안한 홈웨어 차림으로 주방에서 따뜻하게 데운 우유 두 잔을 들고나오고 있었다.
신해정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보았다.
오전 열 시.
‘오늘은 출근하지 않은 건가?’
배정빈은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듯 다가와 우유 한 잔을 그녀의 앞에 내려놓았다.
“아내가 몸이 안 좋다고 하니까, 회사에서 휴가를 내주더라고요.”
말투는 담담했고, 마치 정말 오래 함께 살아온 부부처럼 자연스러웠다.
‘아내...’
그 자연스러움에 신해정은 괜히 귀가 조금 달아올랐다.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관계일 뿐인데, 그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니 오히려 더 어색했다.
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배정빈이 탁자 위로 얇은 택배 봉투 하나를 밀어 놓았다.
“아침에 도착했어요. 해정 씨 앞으로.”
신해정은 잠시 멈칫하다가 봉투를 받아 들었다.
포장을 뜯어 안에서 서류 몇 장을 꺼내는 순간, 맨 위에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채용 통지서].
세나 스튜디오였다.
이력서를 통과했다는 내용과 함께, 이틀 뒤 출근 절차를 진행하라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막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 규모도, 인지도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신해정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도 이 스튜디오는 그녀가 좋아하는 작업 스타일을 지향했고, 직원들의 국내외 디자인 공모전 참가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신해정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선 배정빈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저 취직했어요.”
그러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제 챙겨 주신 것도 있고, 오늘은 제가 저녁 대접할게요.”
배정빈은 그녀의 얼굴에 오랜만에 떠오른 환한 웃음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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