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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마지막으로 강이설의 의식을 깨운 것은 핸드폰의 진동이었다. 짙은 소독약 냄새 속에서 강이설은 힘겹게 병상 옆의 핸드폰에 손을 뻗었다. 변호사에게서 온 문자였다. [강이설 씨, 모든 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언제든 이혼 증명서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녀는 마침내 길게 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신씨 가문 사모님이 아니라 그저 강이설이었다. 요양하는 동안 신재영은 한 번 그녀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붕대로 온몸이 감긴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신재영은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고 눈가에는 미묘한 연민도 스쳤다. 하지만 끝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게 내가 지연이를 겨냥하지 말랬잖아. 네가 먼저 나서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예전 같았으면 강이설은 따지고 분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무심한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재영은 그녀를 믿지 않았으니 더 말해 봤자 소용없었고 시간 낭비였다. 게다가 이미 이혼한 사이였다. 그런데 왜 낯선 사람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지 이유도 몰랐다. 그는 강이설의 지나치게 평온한 태도가 묘하게 느껴졌다. 병실은 숨 막히게 조용했고 신재영은 마음속 의문을 떨쳐내며 담담히 말했다. “일주일이면 상처도 나을 거야. 제때 신씨 가문으로 와서 연회에 참석해. 나와 지연이 아이를 위한 연회야. 걱정하지 마. 아이가 태어나면 너한테도 엄마라고 부르게 할 테니까.” 그녀의 사진이 인터넷에 퍼져 조롱당하는 와중에도 신재영은 서둘러 강지연이 임신한 아이를 위한 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신씨 가문 안주인’인 그녀를 불러 세워 모욕을 주는 동시에 이 아이가 신씨 가문 안주인에게도 인정받았다는 걸 과시하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우습고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강이설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에 단 한 점의 미안함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꼭 갈게요.” 그녀는 갈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큰 선물을 안길 생각이었다. 일주일 후, 강이설의 몸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신재영이 메시지를 보냈다. [연회가 곧 시작이야. 어디야?] [가는 중이에요.] 그녀는 붉은 입술을 살짝 열어 짧게 답한 뒤 곧장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이내 신재영과의 대화창을 닫은 뒤 강이설은 다른 연락처를 눌러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전에 모아두라고 한 자료, 연회에서 공개하세요.” 그녀는 오늘부로 떠날 것이지만 자신의 이미지가 추락한 사진만 남기고 갈 생각은 없었다. ‘스캔들’을 덮는 건 언제나 더 큰 스캔들이었다. 강이설은 곧바로 유심을 빼내어 망설임 없이 창밖으로 던졌다. 한편, 연회장에서는 강지연이 배를 쓰다듬으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재영 오빠, 언니가 정말 이제 나한테 화 안 낼까요? 진짜 여기 올까요?” 신재영은 병실에서 보았던 수척하고 창백한 강이설의 얼굴을 떠올리며 멍해졌다. 강지연이 몇 번이나 그를 불렀지만 한참 뒤에야 그는 답했다. “올 거야.” 강이설은 그를 그토록 사랑했고 3년 동안 모든 걸 순응해 왔으니까 오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모두 신재영이 아름다운 붉은 장미를 자신의 곁에 꺾어 두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피게 했다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연회가 시작된 지 십여 분이 지나도록 강이설은 나타나지 않았다. 신재영의 얼굴은 무서울 만큼 어두워졌고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연결되지 않았다. 이유 없는 불안이 치밀어 올라 그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다. “신 대표는 시간에 그렇게 엄격한 사람인데 아내가 이런 중요한 자리에 안 나오다니, 미친 거 아니야?” “일부러 화나게 하려는 거 아냐? 본처는 아직인데, 애는 불륜녀인...” “신 대표가 강지연을 더 아낀다더니 본처가 안 오니까 왜 저렇게 불쾌해 보이는 거지?” 손님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신재영과 강지연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언니가 아직도 화난 게 분명해요. 재영 오빠가 시간 안 지키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도 이렇게 약속을 어기다니, 너무해요.” 강지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신재영은 눈빛이 어두워지며 서둘러 그녀를 끌어안고 달랬다. 그다음 순간 대형 스크린이 몇 번 깜빡이더니 클래식 음악 대신 강이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재영 대표님과 연인 강지연 씨의 득남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제가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두 분의 인생이 시궁창이 되어 앞으로 썩고, 곪아가길 바랍니다!” 가볍고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잔향과 함께 끝나자 화면에는 노출이 심한 차림으로 여러 외국인 호스트들과 노골적으로 엉켜 있는 여자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그리고 그 영상 속 주인공은, 순식간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 강지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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