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3년 후.
숙빈이 승하한 지 어언 3년 세월이 흘렀다.
조정의 분위기는 여전히 억압되어 있었다.
“전하, 나라는 하루도 주상이 없이 지낼 수 없고 궁은 오래도록 중전 없으면 아니 되옵니다. 중궁이 비어 있고 자식이 없는 것은 종묘사직이 흔들릴 수 있나이다. 소신이 간절히 청하나이다. 부디 전하께서는 현숙한 이를 택하시어 일찍이 왕후로 봉하여 주시옵소서. 그래야만 천하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사옵니다.”
용상 위에 앉은 소지헌은 검은색 곤룡포를 입고 있었는데 얼굴은 수척해졌고 눈이 움푹 꺼졌다. 오직 그 두 눈동자만이 깊고 고요한 우물처럼 그 깊이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상소문을 내려다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과인이 사랑하는 여인은 이미 죽었는데 어찌 또 중전을 세운단 말이냐?”
“전하, 숙빈마마께서 승하하신 것에 소신들도 비통히 여기옵니다. 하지만 죽은 이는 이미 갔으니 산 이는 그대로 살아야지요. 전하께서는 일국의 군주이시니 강산 사직을 중히 여기셔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탁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상소문이 아래로 세차게 내던져지며 종이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소지헌은 천천히 일어서서 아래에 쥐 죽은 듯 엎드린 신하들을 훑어보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누구든 다시 중전을 세우는 일을 입에 올리면 목을 베어버릴 것이다.”
전각 안에는 죽음 같은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감히 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조회를 마치고 소지헌이 편전으로 돌아왔으나 정무를 볼 마음이 없었다.
상소문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는 주필을 들었으나 한참 동안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소지헌은 끝내 붓을 내던지고 일어나 또다시 삼 년째 비어 있었으나 매일같이 정성스레 청소되어 옛 모습 그대로 유지되는 요화전으로 향했다.
전각 안의 모든 가구는 옛 모습 그대로였고 티끌 하나 없었다.
조하연이 즐겨 앉던 창가의 작은 책상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하얀 색 방석이 깔려 있었고 그 옆 작은 책상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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