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사랑한 적 없다니.
이 말은 가볍게 던져졌으나 가장 무거운 족쇄처럼 소지헌을 그 자리에 단단히 묶어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소지헌은 조하연을 바라보았다. 달빛 아래 평온하고 물결 하나 없는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두 눈에 비친 냉담하고 단호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순간 소지헌은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하더니 또 순식간에 끓어올라 타오르며 그의 오장육부가 오그라들 듯이 아프게 했다.
그가 정신이 격렬하게 동요되어 거의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즈음, 안방의 문이 삐걱 열렸다.
심정우가 등불을 들고 나왔다. 그는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었는데 뜰의 소란에 잠을 깬 듯했다. 그는 뜰에서 대치 중인 두 사람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빠르게 조하연 곁으로 다가가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경계심이 담긴 눈빛으로 소지헌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늦게까지 왜 안 들어가는 것이오? 이 공자님은...”
그의 시선이 소지헌의 얼굴에 머물렀다가 낮에 가게에서 만난 그 사람임을 알아보고 의혹은 더욱 깊어졌다.
조하연은 그 상황을 이용하듯 그에게 기대었다. 그것은 완전히 신뢰하고 의지하는 자세였다. 그녀는 심정우을 보며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괜찮습니다. 이 공자님은... 길을 잃으셔서 길을 물었지요. 우리 들어갑시다. 소라가 이불을 찰 것 같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에서 작은 아이의 몽롱하고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아버지, 안아 주...”
심정우는 즉시 말했다.
“보시오. 소라가 깼구려. 어서 들어가시오.”
그는 소지헌을 향해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며 소외되면서도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
“공자님, 밤이 깊었습니다. 우리 집은 보잘것없어 손님을 모시기에 불편하오니 어서 돌아가시지요.”
그 말을 마치고 그는 조하연을 감싸 안고 안으로 돌아섰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하연을 자신의 곁에 두고 보호하듯이 말이다.
소지헌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그 문이 눈앞에서 닫히는 것을 지켜보았다. 문이 닫히며 안의 등불도, 그 세 식구의 정다운 세계를 모두 차단해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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