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그래 나야. 설마 너 같은 무명 졸개가 날 알아볼 줄이야.”
윤초원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육동혁의 등 뒤에서 새까만 빛의 고리가 천천히 떠올랐다.
그 형태는 소정과 비슷했지만 색깔이 달랐다.
소정은 순백색이었고 반면 저쪽은 어둡고 깊은 검은색이었다.
그 두 개의 시스템은 이 자리에서 윤초원과 육동혁만이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오직 육동혁만을 경계하며 노려볼 뿐 저 검은 고리를 보지 못했다.
윤초원은 복잡한 심경으로 육동혁을 바라보았다.
육동혁의 얼굴은 끔찍할 정도로 창백했고 입술에는 핏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육성주는 깊게 찡그린 채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이 모습이 낯설지 않았고 예전에도 육동혁이 이런 식으로 급격히 약해지는 걸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검사를 해도 아무런 문제를 찾지 못했었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이런 상태를 겪은 뒤 육동혁은 항상 뭔가 수상한 행동을 저질렀다.
“형...”
갑자기 육동혁의 입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고 그 순간 육성주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런 목소리와 이런 어조는...’
분명히... 육성주는 기억하고 있었다.
아득히 오래전 육동혁이 형이라고 부르던 바로 그때의 따뜻한 말투였다.
윤초원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활시위를 다시 당겼다.
“육동혁, 정말 죽을 생각이야? 나를 없애면 네 영혼도 이 몸에서 튕겨 나가 죽게 될 거야!”
검은빛을 내뿜던 벌레 시스템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아직 새로운 적합한 주인을 찾지 못했기에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육동혁은 절뚝거리면서도 스스로 몸을 일으켰고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애초에... 난 널 원한 적 없어.”
“웃기지 마! 이건 네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바니는 번뜩이며 다시 육동혁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고 그러자 눈을 뜬 육동혁의 두 눈에는 검은빛의 고리가 떠올랐다.
“이제 어쩔 건데?”
바니는 육동혁의 몸을 장악하고 흡족하게 자신의 몸을 둘러보며 웃었다.
“바니야, 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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