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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권예진은 공한무의 주치의였기에 공한무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공한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미리 예상하고 그가 도착할 즈음에 일부러 수영장으로 들어가 물에 빠진 연기를 한 것이다. 그리고 옷을 입는 척 그에게 흉터가 있는 등을 보여주며 예전에 그를 구해준 사람이 자신이라고 오해하게 만드는 게 그녀의 계획일 것이다. 공호열은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려 일부러 자신과 시선을 맞추게 했다. “네가 그 도교 사원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해서 고작 흉터 하나로 거짓을 진실로 만들 수 없어.” 몸이 경직된 권예진은 지금 이 순간 얼음 동굴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호열 씨도 이 모든 상황을 내가 꾸민 거라고 생각해요?” 권예진은 현실을 받아들이며 따져 물었다. “이 원피스는 정 비서님이 가져오신 거예요. 전 호열 씨가 제게 이것을 건네주기 전까지 지퍼가 등에 달린 원피스인 줄은 몰랐다고요.” 공호열의 표정은 무섭도록 싸늘하게 굳었다. “이 원피스가 아니었다고 해도 너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었겠지.” 그 말을 들은 권예진은 순식간에 실망감이 밀려들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도 더할 말은 없네요.” 어차피 여기서 말을 더 해봤자 그에게는 핑계처럼 들릴 뿐이었다. 밀려드는 섭섭함에 권예진은 더 말을 잇지 않았고 그저 나직하게 말했다. “가요. 할아버님 상태를 살펴봐 줄 테니까.” 공호열은 그녀의 얼굴을 빤히 보며 미묘하게 변한 표정도 눈치챘다. “그런 억울한 표정을 지을 거 없어. 그럴수록 믿음이 더 가지 않는다는 것만 알아둬.” 권예진이 반박하려던 때 갑자기 위가 쓰리듯 아팠다. 갑자기 창백해진 그녀의 안색에 공호열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집사님한테 네 삼시 세끼에 특별히 신경 쓰라고 말할 테니까 내 앞에서 아픈 척 연기하지 마. 누가 보면 내가 여자 하나도 잘 못 챙겨주는 줄 알겠네.” 말을 마친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권예진은 심호흡을 한 뒤 바로 그를 따라갔다. 공한무의 상태는 오늘따라 유난히 좋지 못했다. 권예진은 그에게 침을 놔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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