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이딴 거 안 먹어.”
공호열이 쌀쌀맞게 거절했다.
권예진은 멋쩍은 나머지 아무 말 없이 다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이내 냉장고에서 식자재를 꺼내더니 가스레인지를 켜고 물을 끓이는 남자를 발견했다.
권예진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국수 만들게요?”
도련님께서 요리가 웬 말인가?
그가 셔츠 소매를 돌돌 말아 올리자 탄탄한 팔뚝이 드러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깨끗이 씻은 토마토와 양파를 잘게 다지고 고기는 믹서기에 넣어 갈았다.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과 버터를 넣고 다진 고기를 달달 볶더니 토마토와 양파를 추가했다. 얼마 안 되어 공기 중에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솔솔 풍겼다.
은은한 조명이 잘생긴 얼굴을 비추었고, 칼 같은 흰색 셔츠와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지만 요리할 때 사람 냄새가 물씬 나서 그런지 평소에 쌀쌀맞고 무뚝뚝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으며 친근한 분위기에 시선이 저절로 갔다.
공호열은 볼로네제 스파게티를 뚝딱 만들었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이내 권예진의 맞은편에 앉아 느긋하게 음미하기 시작했다.
오뚝한 콧날과 그윽한 눈매를 자랑하는 남자는 가만히 있는 자체만으로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진짜 음식을 만들 줄 알다니?
요리하는 남자는 호감이 가기 마련이며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성운산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요리할 줄 몰랐잖아요. 언제 배웠어요?”
권예진이 문득 물었다.
18살에 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우연히 의식을 잃은 공호열을 만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주방에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요리 솜씨도 늘었고 사람도 변했다.
“성운산에서 돌아온 이후로.”
공호열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앉아 있는 권예진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새까만 눈동자에 혐오감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다윤은 요리 잘하는 남자를 좋아해. 둘 사이에 비밀이 없을 텐데 알면서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나?”
권예진이 입을 삐죽였다.
당시 목숨을 구해준 대가로 공호열은 옥팔찌를 건네주며 결혼을 약속했다. 그리고 어떤 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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