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두 사람, 이미 알고 지낸 사이인가?
“형?”
곽도현이 살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형도 여기 살아?”
“응.”
곽지환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진짜 우연이네. 가희랑 바로 맞은편에 사는 거야?”
큰아버지는 해운시 부시장으로서 검소하고 소박한 사람이라 2층짜리 낡은 집 한 채만 가지고 있었다.
곽지환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와 함께 그 집에 살고 있었다.
곽도현은 그가 여기 또 한 채 집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곽지환은 아무 말 없이 담담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곽지환이 들고 있는 보온 도시락에 머물렀고 곽도현이 바로 제안했다.
“형, 아침 안 먹었으면 같이 먹지 그래?”
“오빠는 일이 바쁘니까 방해하지 마.”
곽지환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심가희가 먼저 말했다.
하지만 곧 후회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말투였고 마치 남들에게 둘 사이에 무언가 있다고 알리는 것만 같았다.
전날 밤 있었던 일 때문에 그녀는 곽지환과 더 깊게 엮이고 싶지 않아 무심코 그렇게 말해버린 것이다.
“둘이 먹어. 나는 아침에 회의가 있어.”
곽지환은 심가희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감정을 알 수 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한 뒤,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곽도현은 보온 도시락을 식탁에 올리며 물었다.
“형이 오늘 바쁜 거 어떻게 알았어?”
심가희는 마음 한켠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의 경솔함이 부끄러워졌다.
“그냥 짐작했어요. 오빠는 해운시 건축 설계 연구원의 수석 디자이너니까, 일이 바쁜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곽도현은 그녀 앞에 죽을 놓으며, 살짝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을 포착했다.
‘두 사람, 이미 알고 지낸 사이인가?’
그는 혼란스러웠다.
지난번 가족 모임에서 곽지환은 심가희를 모른다고 했는데 말이다.
“이건 네가 좋아하는 거야. 앞으로 매일 내가 가져다줄게.”
“그렇게 바쁜데 안 가져와도 돼요. 이런 거 꼭 매일 먹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심가희는 죽 한 입을 먹으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곽도현은 예전처럼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그녀가 낯설고 불편했다.
그는 용서를 구하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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