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온통 네 손자국이었어
전날 밤, 곽지환이 했던 마음에도 없는 소리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해서 심가희는 그를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멈춰 서버렸다.
그런데 곽지환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녀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심가희도 못 본 척 엘리베이터로 향했는데 그와 나란히 서고 싶지는 않아 일부러 거리를 유지한 채 서 있었다.
“딩동-”
곽지환과 한 엘리베이터에 타는 게 이상하게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굳이 한 번 더 기다리는 것도 자존심 상했기에 심가희는 곽지환을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혀버리니 크지 않은 엘리베이터 내부 공간이 거울에 빠짐없이 비치고 있었다.
심가희는 올라가는 숫자만 응시하며 뒤쪽에 서 있는 남자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으려고 모진 애를 썼다.
그렇게 16층에 도착했고 전처럼 각자의 집으로 향했지만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었던 심가희가 결국 먼저 말을 걸어버렸다.
“물어볼 게 있어요.”
그러자 곽지환도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막상 물어보려니 얼굴이 뜨거워나서 심가희는 말을 더듬었다.
“그게...”
“내가 아팠던 날, 혹시... 내 옷도 직접 벗겨준...”
애써 다른 곳을 보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옷을 벗긴다는 말을 내뱉을 때가 되니 자연스레 목소리가 낮아졌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에 곽지환은 아예 몸을 돌려 심가희를 마주한 채 물었다.
“뭐라고?”
그의 반문에 심가희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내 옷... 벗겨준 거냐고요.”
처음에 그 기억이 떠올랐을 때는 언제 있었던 일인지 몰랐지만 자꾸만 떠올리다 보니 아마도 아팠던 그날인 것 같았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곽지환이 자신을 집에까지 데려다준 건 확실했기에 심가희도 이렇게 용기 내어 묻고 있는 것이었다.
한참이 지나도 들려오지 않는 대답에 심가희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짙은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벗긴 것 같아?”
벽에 기댄 채 턱을 추켜올리며 묻는 곽지환이 꼭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아 심가희가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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