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6화 나도 할 수 있어요
하윤슬이 말을 꺼내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컵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아마도 깨졌는지 청명하게 울림이었다.
“해외로 나간다고요?”
손영수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묻어 있었다.
“네. 나가서 바람도 쐬고 세상도 좀 보고 싶어서요.”
사실 이 몇 년 동안 그녀는 온통 일에만 매달려 있었고 돈을 벌 생각뿐이라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조차 없었다.
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마저도 그동안 너무 소홀히 해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미안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회사를 그만두면 해외에 나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릴 때 자신이 느껴보지 못했던 그 사랑을, 아이들만큼은 결핍 없이 자라게 하고 싶었다.
“그래요...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맞다, 강주시에 출장을 간다고 했죠? 거기 맛집 몇 군데 추천해줄까요? 현장 살피러 가는 김에 한번 가봐요.”
“좋죠.”
하윤슬은 아는 맛집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그동안의 노하우까지 덧붙여가며 그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손영수는 계속 조용히 듣고만 있었기에 하윤슬은 그가 이미 잠들었나 싶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그녀가 먼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말했다.
“일단 내가 아는 건 이 정도예요. 혹시 잊어버리면 나중에 문자로 다시 물어봐요.”
“그래요. 잘 자요.”
“네, 잘 자요.”
통화를 끊고 나서야 하윤슬은 문득 깨달았다.
‘방금 자신이 피곤하다는 티를 냈었나? 너무 자연스럽게 잘 자라고 하지 않았어?’
그 말투가 막 알게 된 사이의 손영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익숙했다. 오히려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달까?
하지만 그와 잠깐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꽤 유쾌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말이 통하고 자기 이야기를 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훨씬 덜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정보를 주면서 그를 도울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간단히 세수까지 마친 뒤, 하윤슬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졌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