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법적인 아내
“뭐라고요?”
“윤슬 씨도 왜 태훈 씨가 윤슬 씨를 선택했는지, 그 이유쯤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순간, 허수정은 다시금 우아하고 도도한 표정을 되찾았다. 입꼬리를 비죽이 올리고는 고개를 살짝 치켜든 채, 마치 하찮은 존재를 내려다보듯 냉소적인 눈빛을 내비쳤다.
“좋은 마음으로 충고해 준 거예요. 듣기 싫다면 못 들은 걸로 하죠.”
그 모습은 마치 본처가 내연녀를 향해 위협하듯, 자리를 선점한 자의 여유와 경계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강태훈의 혼인신고서에 적힌 이름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고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본처인 척 구는 허수정의 태도는 우습기만 했다.
반박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하윤슬은 끝내 입을 다물었다. 그 한마디가 괜한 오해로 번질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래, 말하지 않길 잘했어. 괜히 감정 섞인 말 했다가 더 복잡해질 뻔했잖아.’
어차피 자신은 강태훈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굳이 허수정과 말다툼을 벌일 이유는 없었다.
차로 돌아오는 길, 하윤슬은 유난히 말이 없었고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묵묵히 침묵만 이어갔다.
예전에도 강태훈과 단둘이 있을 때면 어색함에 말수가 줄어들곤 했지만 오늘 그녀의 침묵은 뭔가 달랐다.
“아까 장 보고 나선 어디 갔었어요?”
신호를 기다리던 강태훈이 무심하게 물었다. 한 손은 느긋하게 운전대 위에 올려둔 채였다.
“그냥 주변 좀 둘러봤어요.”
“맘에 드는 거라도 봤어요?”
“아뇨. 딱히 없었어요.”
그 안에 놓인 치약 하나조차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브랜드였으니 감히 뭘 갖고 싶다고 말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강태훈은 짧게 숨을 내쉬더니, 운전석 팔걸이 쪽에서 블랙카드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아요.”
“저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대표님. 어머니 치료비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윤슬 씨. 이건 그냥 비상용이에요. 꼭 필요할 때만 쓰면 돼요.”
그녀가 분명 거절할 걸 알았다는 듯, 그는 미리 준비해 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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