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거절
하윤슬은 결국 결심했다.
설령 그녀 스스로의 착각이었든, 혼자만의 망상이었든 간에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말해야 했다.
막상 속마음을 드러내자, 최지석은 잠시 얼이 빠진 듯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거 상관 안 해.”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사실 처음 하윤슬을 본 순간부터 그는 그녀에게 묘한 인상을 받았다. 여동생이 늘 칭찬을 늘어놓을 때마다 그녀에 대한 관심은 점점 깊어졌다.
다만 그땐 오래 사귄 연인이 있었기에 애써 마음을 접었을 뿐.
그러다 헤어진 뒤, 여동생이 두 사람을 엮으려 했을 때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여자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겼음을.
예쁜 얼굴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그 곧은 기운이 오히려 더 강하게 그를 끌어당겼고 보호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전 달라요.”
하윤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제가 바라는 건 평등한 결혼이에요. 그런데 지금 상황에선 전 그저 한 집안의 짐밖에 될 수 없어요.”
“짐이라니, 무슨 소리야? 아주머니가 수술을 몇 번 더 받으신다 해도, 고작 수억 원일 뿐이야. 우리 집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그의 말투에는 조급함이 묻어났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날 밀어내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어.”
고개를 저으며 그녀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제 말뜻을 아직 이해 못 하신 거예요.”
“아니, 알아.”
최지석은 안간힘을 다해 말했다.
“우리 부모님은 집안 따위 따지지 않아. 그리고 수술비라면 결혼 예물로 한 번에 드려도 돼. 어차피 결혼하면 예물은 내야 하는 거잖아.”
“지석 오빠.”
그녀는 최지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돈 말고도 있어요. 제 엄마는 언제든 전화해서 오빠를 부를 거예요. 수업 중에도, 회의 중에도, 며칠 밤을 새운 상태에서도요. 늦게라도 가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거예요. 그걸, 정말 감당할 수 있겠어요?”
“난 할 수 있어.”
“아직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하윤슬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붙잡아온 엄마의 집착이 결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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