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다시 영상통화를 걸어봤지만 마찬가지로 받는 이는 없었다. 불길한 기운이 짙게 드리우자, 진태하의 미간은 더욱 심하게 찌푸려졌다.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안성재가 재빨리 물었다. “형, 무슨 일이야?” “이하음 씨 연락이 안 돼...” 그의 목소리엔 분명한 걱정이 묻어 있었다. 이하음은 과거에도 한 차례 살해 위협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연락이 두절된 걸 보면 분명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진태하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안성재 역시 말을 아끼며 곧장 뒤따랐고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 광경을 본 유정연은 본능적으로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별다른 질문조차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뒤를 따라붙었다. “오광아, 지금 당장 이하음이라는 여자를 찾아봐!” 안성재는 짧게 지시한 뒤 전화를 끊고 곧바로 또 다른 번호를 눌렀다. “구청장님, 저 안성재입니다. 부탁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씨 가문의 이하음 양, 위치 조회 좀 부탁드립니다.” 그는 이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윤봉아, 인맥 총동원해서 강주시에 있는 이하음 양 행방 좀 수소문해 봐!” 연달아 세 통의 전화를 끝낸 안성재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유정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설마... 이하음 씨가 사라진 거야?” 안성재는 대답 대신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은 설명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진태하가 엘리베이터에 막 올라타려는 순간, 한영애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우리 지금 하음이랑 연락이 안 돼...” 평소 침착하던 한영애의 목소리에도 떨림이 서려 있었다. 이미 예전에 딸이 본가로 돌아왔을 때 암살자를 만났던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고 그때도 진태하가 나서서 딸아이와 주설아를 구해냈다고 했다. 지금 흔적도 없이 연락이 끊겼다는 건, 이번 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뜻이었다. 진태하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달랬다. “너무 걱정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찾을 겁니다.” 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