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5장 그의 기억을 되찾아주다
“게다가 서아라고 불렀어요.., 윤서아가 아니라 서아요... 이상하지 않아요? 대표님이 윤서아를 얼마나 혐오스러워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부를 리가 있겠어요.”
“심지어 윤서아는 민서희 씨가 죽인 게 아니라 옥중에서 사망한 거잖아요.”
단기간에 소화하기 힘든 민서희는 머리가 텅 비어졌다.
“그게 어떻게...”
이민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민서희 씨도 황당하죠?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당분간 제 생각을 검증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었는데 대표님이 절 다른 곳으로 배치할 줄은 몰랐어요. 중기는 대표님하고 접촉할 기회도 많이 없고요.”
민서희는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지키다 말을 건넸다.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도...”
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거 알아요? 박지환 씨가 나한테 호진은하고 결혼할 거라고 했어요.”
이민준은 눈썹을 찡그렸고 민서희는 눈을 감았다 다시 뜨며 말을 이었다.
“기억을 상실한 게 아니면 자기 건강을 망가뜨리고 심성이 악질인 호진은한테 어떻게 마음을 줄 수가 있겠어요?”
“게다가 매번 제가 호진은이 당신을 해치는 거라고 말할 때면 제가 헛소리를 하는 거라고 노발대발했었어요. 아마도 기억을 상실했을 수 있어요. 전에 이준 씨가 얘기했었잖아요? 훈향의 부작용이 바로 기억 상실을 유발할 수도 있고 더 심해지면 멍청해질 수도 있다고요.”
이민준은 두피가 저려왔다.
“이 일들이 어쩜 공교롭게 같은 시간에 벌어진 걸까요? 여사님이 사망하자마자 대표님이...”
“공교로운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여사님의 일이 박지환 씨한테 충격이 커서 박지환 씨가 자신이 납득할 만한 기억만 남겨둔 걸지도 몰라요.”
민서희는 말을 하다 순간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박지환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거겠지?
그가 그녀를 믿지 못하고 증오하는 건 다 약물 때문에 기억을 잃은 탓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억울한 표정으로 아프다고 하면 그는 여전히 허리를 주물러줬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픈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져 몸을 움크리고 앉았다. 박지환이 그런 짓을 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게 불쌍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는 아마 그녀를 다치게 하고 싶지도 않고 믿고 싶었을 텐데 정신적으로 또 신체적 충격으로 인해 본능과 이성이 몸부림치고 있다.
이민준은 그녀의 등을 토닥거리며 마음속이 쓰라렸다.
이 부작용이... 다가온 게 참 때가 아니다.
“민서희 씨, 그냥 나하고 같이 떠나요. 대표님이 지금은 민서희 씨를 못 믿겠지만 언젠가는 민서희 씨와 함께했던 시간들마저 다 잊어버리고 뱃속 아기의 생사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민서희는 잠자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안 돼요. 이민준 씨.”
그녀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일 분 전까지만 해도 도망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어차피 박지환 씨가 나를 사랑하지도 않으니 아기를 위해서 스스로를 잘 지켜야 한다고 말이에요.”
“근데 이제는 박지환 씨 마음에 아직 제가 남아 있다는 것도 알았고 단지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제가 윤서아 대신에 결혼을 했었던 그때로 기억이 돌아갔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저는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탈영병이 돼서는 안 돼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박지환 씨의 기억을 깨우거나 아니면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박지환이 본능적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거라면 그녀는 삼 개월, 오 개월, 심지어 일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라도 박지환을 기다릴 것이다.
이민준은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한편으로는 박지환을 구하기 위해 민서희를 남게 하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서희의 상황이 위험하니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