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547장 자사 자리한 마귀

서예를 안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민서희는 겨우 진정을 하고 났더니 실망감을 금추지 못했다. 5년 전에 모든 상념을 떨쳐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날 박지환의 이러한 말들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재차 아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속으로 박지환이 어느 정도의 이성을 되찾기를 바랬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성격 자체가 악질인 그는 절대 원래대로 돌아올 수가 없나 보다. “그래요. 박지환 대표님이 하는 말도 일리가 있네요. 내가 자초해서 지하실에 갇힌 거고 내가 누구한테 가져서 안 될 어리석은 기대를 하는 바람에 인생이 무너졌었나 봐요. 다만 5년 동안 외국에 있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모종의 인간들은 기다려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단 사실 말이에요. 아무튼 다시는 지난날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네요.” 그녀는 마지막 말에 힘을 더 들이고 있었다. 박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렇게 입을 벌리고 뭔가를 말하려다 하려던 말을 삼켜버렸다. “언제 있었던 일이야?” 그는 그 아기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더욱 마음이 아픈 건 그 아기의 눈매가 민서희와 어느 정도 닮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게 그녀의 아기라면 두 사람은 진작에... 민서희는 서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1년 전에요.” “그러니까... 벌써 결혼한 거야?” 민서희는 얼굴을 돌렸다. “아직이요. 할 일들이 많아서 제대로 식을 올릴 시간이 없어서요. 근데 박지환 대표님이 이토록 우리 사이에 관심을 가져주는 걸 봐서 나중에 결혼 날짜를 잡게 되면 청첩장은 보내도록 하죠.” 그 말은 청천벙력과도 같았다. 안색이 더욱 하얗게 질려버린 박지환은 손 뼈마디가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청첩장?” 박지환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래. 그때 수호도 같이 데려가면 되겠네.” “수호요?” “네 아기 이름이야.” 민서희는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이름을 수호라고 지었어요?” “응.” 그녀가 관심을 보이자 박지환은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까마득히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우리 아기한테는 관심을 가지네.” 민서희는 막말을 내뱉고 싶었다. 저게 말이야 방귀야? 내가 열 달을 품으며 위험을 무릎쓰고 낳은 내 아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얼굴 한번 본 적이 없었다.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고 호진은이 제대로 키우기나 했는지 잘 지내고는 있는지 하루하루를 걱정했었는데 지금 저 사람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박지환은 입꼬리를 올렸다. “아주 관심이 많은 걸 보니 나중에 네 결혼식에 데려가면 엄청 기뻐하겠네?” “근데 수호는 슬퍼하지 않을까 모르겠어. 오랫동안 자신을 데리러 올 엄마를 고이 기다렸었는데 품에는 자기 자리를 박차고 들어온 딴 아기가 있으니 말이야.” 박지환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폭탄 발언과도 같았다. “내 존재를 알아요?” 몸이 휘청거리는 민서희는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박지환은 담담하게 답했다. “민서희,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가 잔인하지는 않아. 아기의 엄마가 넌데 네 존재를 박탈해서 뭐 해! 네가 돌아오기만을 나도 엄청 기다렸었어. 그런데 이토록 잔인한 진실을 끌어안고 돌아올 줄은 예상 못 했던 것뿐이야.” “그나마 수호가 여기에 없어서 다행이지 안 그러면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박지환, 적당히 해!” 서이준은 화를 참지 못했다. “사람의 양심을 건드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 당신이 지금 하는 말들은 그저 허튼소리에 불과하잖아. 정말로 서희가 엄마라는 사실을 몰살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면 왜 지금까지 얼굴도 못 보게 한 거야? 한마디로 말해 당신은 그저 자사 자리한 마귀야!”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