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장 원흉은 나야
윤서아가 답하기도 전에 박지환은 화가 나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도 이 사실을 숨기고 나한테 한마디도 안 한 거야? 민서희가 너 대신 죄를 뒤집어 써서 그래서 묵인했던 거야? 윤서아! 너는 악몽도 안 꿔?”
핏대를 세우고 이름 석 자를 또박또박 읊는 그의 모습에 당황한 윤서아는 손을 내밀었다.
“지환 씨! 내 말 좀 들어봐요!”
박지환은 쌀쌀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 순간 눈앞의 그녀가 너무 낯설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토록 냉렬한 그녀가 애당초 착하고 순수한 그 사람이 아니었다.
두렵고 불안해진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박지환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지환 씨, 나 미워하면 안 돼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나도 그냥 무서워서... 지환 씨를 잃는 게 너무 두려워서 그랬어요! 기절해 있는 2년 동안 지환 씨와 민서희 씨 사이가 너무 돈독한데도 아이도 생겼는데 그때 내가 감옥에 가고 민서희 씨가 아이까지 낳으면 나는 어떡해요...”
“불 속에 뛰어들어 몸을 던져서라도 지환 씨를 구할 만큼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 지환 씨도 잘 알잖아요. 지환 씨가 내 목숨보다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다른 여자가 지환 씨를 빼앗아 가는 걸 지켜보겠어요! 그리고... 나는 그냥 알고 있을 뿐이지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어요. 민서희 씨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고요. 내가 이기적이라고 해도 되는데 미워하지만 말아줘요. 네?”
윤서아는 박지환의 허리를 감싸 안고 눈물을 흘렸다.
머리가 아픈 박지환은 손에 힘을 주고 윤서아의 팔을 빼냈다.
“지환 씨...”
윤서아의 얼굴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약혼식은 미루자.”
“지환 씨!”
“나는 누가 나를 속이는 걸 절대 용납 못 해. 약혼식을 미루는 게 나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양보야.”
다시 눈을 뜬 박지환의 검은 눈에는 한기가 서린 깊은 못과도 같이 아무런 감정이 곁들어 있지 않았다.
“물론 네 탓 하지 않아. 잘못은 나한테 있으니까.”
그가 민서희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얻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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