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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장 농락당한 건가

그녀의 전화번호를 모르면 진동연의 인맥으로 이장님이나 마을 분들에게 전화를 하면 될 것인데 임진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으니 말이다. 혹은 오려다가 폭설로 인해 통행이 잘 안되는 건가? 온갖 상상을 하던 민서희는 더 기다려보기로 결심했다. 잠시 후 휴게실 문이 열리자 민서희는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을 분의 목소리였다. “민서희 씨, 9시가 다 됐어요.”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아서 죄송해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민서희는 약봉지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눈이 한참을 내렸는지 벌써 발목까지 두둑이 쌓여 있었다. 마을 분이 입을 열었다. “같은 길이니 데려다줄게요. 이 날씨에 혼자 돌아가기 힘들어요.” “설마 계속 기다릴 셈이에요?” 마을 분은 찬바람을 들이마셨다. “1시에 와서 9시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았는데 이건 분명 바람맞힌 거예요. 안 와요. 날씨가 험한데 안 오는 것도 당연한 거죠. 더 기다려봐야 소용없어요.” “무조건 올 거예요.” 민서희는 임진의 여태껏 성품으로 보아 꼭 올 거라고 굳건했다. 가장 추울 때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그녀에게 걸쳐 주던 사람인데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게 배려 아니겠어? 만약 떠나고 1초도 지나지 않아 임진이 도착했으면 너무 아쉬운 일인 것이다. 이토록 추운 날 허탕을 쳤다고 생각하면 마음도 상할 테니 말이다. “그래요. 서희 씨가 굳이 버티겠다고 하면 말리지 않을게요. 다만 눈이 점점 더 내릴 텐데 기다려도 딱 30분만 더 기다려요. 안 그러면 정말로 큰일 나요.” “네, 걱정 마세요. 딱 10분, 10분만 더 기다리다 떠날게요.” 마을 분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 민서희는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처마가 내리는 눈을 막고 있었지만 여전히 손에 서늘함이 느껴졌던 민서희는 머리를 가슴에 웅크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는 거야, 조금만... 그렇게 기다리다 휴대폰에서 10시라는 알람이 울렸다. 민서희가 막 몸을 일으키는데 온몸이 뻣뻣했는지 바로 눈밭에 넘어져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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