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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장 우리는 남매야

오늘 날씨가 어떠냐고 자연스럽게 묻고 있는 말투였으나 민서희는 되려 지옥에서 오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화를 내지 않고 으스대는 박지환이 바로 이러했다. 가장 차분한 말투로 사람을 붕괴에 빠뜨리는 것이다. 임진이 좀처럼 화를 내지 않아 눈치채지 못했던 민서희는 지금에 와서 보니 임진과 박지환이 너무 많이 닮아있었다. 그저 잘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모든 감정을 꾹꾹 억누르고 있는 민서희는 심호흡을 하고 양호준에게 고개를 돌렸다. “호준 오빠, 오해예요.” ”나를 좋아하니까 데리고 떠나려고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잘 알겠어요. 다만 임진 오빠하고 독일에 가서 결혼하기로 했는데 뭘 오해하고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우리 사이에는 그저 남매로서의 정뿐이지 다른 건 없어요.” 양호준은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서희야!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이 사람은...” ”호준 오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인 지금에서도 민서희는 큰소리를 그의 말을 가로챘다. “꼭 이래야겠어요? 나하고 임진 오빠의 관계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무모하게 여기까지 나타나서는 날 데리고 가겠다니 지금 나를 무슨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계속 이럴 거면 앞으로 연락하지 말아요.” 민서희의 붉어진 두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멍해진 양호준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곧이어 그가 말했다. “서희야, 미안해. 네가 다른 사람 옆에 있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나 봐. 그래서... 내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했던 행동이었어. 미안해.” 아픈 상처로 마비가 되지 않았더라면 민서희는 지금쯤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양호준이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솔직히 말해 미안해야 할 사람은 나다. 그는 오직 나를 위해, 나의 마음을 보살피려고 모든 행동에 심여를 기울였었다. 허나 그녀는 무감각한 얼굴로 답했다. “얼른 돌아가세요. 동진으로 가는 비행기표 아직 남아 있을 거예요.” 양호준은 지그시 민서희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밖으로 몸을 돌렸다. “잠시만요.” 박지환이 무심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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