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7장 패배를 인정해야죠
“엄마와 있었던 옛날 일들이 생각나서 잠을 잘 이루지 못했어요.”
특히 최근에 민영매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녀는 감정이 북받쳤었다. 아마도 임신한 탓일 수도 있다.
박지환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신호등에 걸린 틈을 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돌아올 거니까 그만 생각해.”
“네.”
민서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곧 별장에 도착했고 민서희가 병원에 갔었다는 걸 아는 장 씨 아주머니는 처방받은 한약을 조리며 투덜거렸다.
“다 그 윤서아라는 여자 때문이에요. 막무가내로 말을 내뱉고 불운스러운 사람이니 보다 보면 영향을 받게 되는 법이죠. 겨우 감옥에 들어가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미소를 짓고 있던 민서희는 한약을 마실 때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엄청 쓰다.
삼키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비린내 나는 고개를 우려낸 것 같아 한 모금만 마셔도 민서희는 토해내고 싶었다.
“사모님, 뱉으면 안 돼요! 빨리 삼키세요! 약즙에 영양가가 다 들어있는데 한 모금만 적게 마셔도 효과가 없어요.”
“다 마셔야 해요?”
눈살을 찌푸리고 시선을 돌려 그릇이 컴컴한 걸 보자 민서희는 이대로 기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주머니, 너무 써요. 식은 다음에 마시면 안 돼요?”
“식으면 더 쓰지 않을까?”
장 씨 아주머니가 답을 하지 않던 그때 뒤쪽에서 박지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한 걸음 다가와 그 약을 쳐다보았다.
“마시고 나면 한결 편안해질 거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민서희는 그 말에 기분이 상했다.
“말이 참 쉽지. 얼마나 쓴데 당신도 마시기 힘들걸요.”
박지환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내가 마실 수 있다면?”
민서희는 손으로 가리켰다.
“크게 한 모금 마시고 쓰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나도 다 마실게요. 아주 크게 한 모금이에요.”
박지환은 민서희가 득을 보게 하지 않았다.
“아주머니, 냄비에 남은 약즙이 있어요?”
장 씨 아주머니는 얼굴에 머뭇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있긴 한데 나머지는 약 찌꺼기가 섞여 있어서 이 것보다 몇 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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