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얌전히 시중이나 들어
박재혁은 그런 쪽으로 순진한 남자가 아니었고 방 안에서 새어 나오는 그 뻔한 소리에 지금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방 문도 완전히 닫히지 않았고 살짝 벌어진 문틈 사이로 박재혁은 그 안의 광경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이가희와 한 남자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몸을 엉켜 있었다.
그 남자가 몸을 돌리는 순간 박재혁은 그의 얼굴을 정확히 봤는데 다름 아닌 박소윤과 그의 아들을 납치했던 바로 그 남자, 곽준표였다.
방 안의 두 사람은 얼마나 몰입했는지 박재혁이 문 앞에 서 있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그런 추잡한 장면을 눈앞에서 보고도 박재혁은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 그에게 남은 건 분노밖에 없었다. 이가희에게 속아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여자를 오랫동안 오해하고 그녀를 지옥으로 몰아넣었으니 말이다.
볼일을 끝낸 뒤 숨을 몰아쉬며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이가희가 차갑게 말했다.
“다신 날 찾아오지 마!”
“뭐라고? 그게 무슨 뜻이야?”
곽준표는 일그러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말 그대로야.”
이가희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내가 네 아버지의 복수도 도와줬잖아. 이제 우리 사이는 끝이야. 이나연도 죽었으니 난 재혁 오빠의 아내가 될 거야. 오빠한테 우리가 이런 사이였단 걸 들켜서는 절대 안 돼!”
“뭐야, 이제 와서 손절하겠다고?”
곽준표의 말투는 노골적인 협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잘 들어. 앞으로도 내가 원하기만 하면 넌 계속 내 시중을 들어야 해. 그게 싫으면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전부 박재혁한테 말해버릴 거야.”
“어디 그러기만 해봐!”
이가희도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곽준표를 협박했다.
“나 혼자 한 게 아니라 너도 공범이란 걸 잊지 마. 재혁 오빠가 그걸 알게 되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그래, 박재혁은 권력도 인맥도 넘치는 놈이긴 하지만 어차피 난 잃을 것도 없는 놈인데 뭐가 두렵겠어?”
곽준표는 아무렇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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