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박재혁 씨, 선을 지켜주세요
시간이 멈춘 듯했고 박재혁은 눈앞에 서 있는 이나연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의 뼛속까지 새겨진 평생 잊히지 않는 그리운 얼굴이었다.
이나연이 정말 살아 있었던 것이다. 박재혁은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그녀를 마주하게 될 날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나연과 재회하기 전에 박재혁은 수없이 많은 말을 머릿속으로 떠올렸었다.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그녀를 다시 마주하니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고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용서를 구해야 할까? 아니, 그는 그럴 자격조차 없다.
잘 지냈냐고 물어야 할까? 그건 더더욱 아니다. 이나연의 각막을, 그녀의 빛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람이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런데 무슨 낯짝으로 잘 지냈냐고 묻겠는가.
그 사이 이나연은 아무 말 없는 박재혁의 반응에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혹시 성함을 말씀하시기 어려우신가요? 그럼 말씀 안 해주셔도 괜찮아요. 아까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나연은 속으로 조금 아쉬웠다. 생명의 은인을 이렇게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끝내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아마 선행을 베풀고도 이름을 남기지 않는 천사 같은 사람이겠지.’
이나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짝 웃었다.
‘그래. 세상은 아직 살 만하네.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야.’
그가 말을 하지 않으니 더 이상 붙잡는 건 실례일 것 같아 이나연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감사의 표시를 전한 뒤 조심스럽게 돌아서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문제는 아까 너무 급히 도망치듯 뛰어 나오는 바람에 자신이 얼마나 멀리까지 온지도 모르겠고 이제는 어디가 자기 방인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게다가 박소윤은 이미 깊이 잠들었으니 나와서 안내해 줄 수도 없었다.
이나연은 손을 더듬으며 복도 끝까지 방 문 손잡이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지금 이 시각 대부분의 객실은 문이 닫혀 있었고 그녀의 방만 문이 열려 있는 상태였다.
이나연은 그걸 기억하며 문틈을 확인해 가며 발을 옮겼고 가냘픈 그녀가 몸을 떨며 복도를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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