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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시는 못 깨어나게 된 아이

휴대폰을 쥐고 있던 이가희는 천천히 이나연의 번호를 눌렀다. “언니, 내가 소윤이를 데리고 있어.” “이가희,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절대 소윤이를 건드리지 마!” 이나연은 박소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 거의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하지만 이가희는 그녀의 절박한 모습이 즐겁기라도 한 듯 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소윤이가 지금 남산 꼭대기에 있으니까 당장 와서 데려가. 그러지 않으면 내가 장담하는데 소윤이 내일 못 깨어날 수도 있어.” “소윤이한텐 절대 손대지 마! 나 지금 당장 갈게!” 전화를 끊자마자 이나연은 벽을 짚으며 비틀거리면서 병원 밖으로 달려 나갔다. 밤공기가 몸을 파고들어 뼛속까지 시렸고 그녀는 계속해서 몸을 떨었다. 출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피가 멎지 않았고 배는 찢어질 듯이 아팠으며 다리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힘이 풀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쓰러질 수 없었다. 딸 박소윤이 지금 생사를 모르는 상태로 남산 정상에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만은 지켜야 했다.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이나연은 드디어 박소윤을 찾아냈고 몸에 힘이 싹 빠져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이나연의 입가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소윤이가 살아 있어. 아직 숨 쉬고 있으니 괜찮아... 이걸로 됐어.’ 그런데 이나연은 갓 낳은 아기를 병원에 남겨두고 나왔고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서 걱정이 앞섰다. 그녀는 박소윤을 안고 서둘러 병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병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눈이 붉게 충혈된 박재혁이 나타나 그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이나연, 이 미친년아! 내 아들 당장 내놔!” 그는 이나연의 목을 거칠게 움켜쥔 채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마치 그녀의 목을 꺾어 버릴 듯 살기마저 감돌았다. 이나연은 숨을 헐떡이며 가까스로 말문을 열었다. “제발 그만해... 나 숨 못 쉬겠어...” “숨이 막혀?” 박재혁은 차갑게 웃었다. “우리 아들은 이미 너 때문에 숨이 멎었어! 네가 신경도 안 썼잖아! 그 애가 죽을 때 얼마나 괴로웠을 것 같아?” “우리 아들이... 죽었다고?” 이나연은 눈앞이 하얘지며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녀는 황급히 병실로 뛰어 들어갔고 작고 쪼글쪼글한 아기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요람 안에 누워 있는 게 보였다. 숨소리도 움직임도 체온도... 아무것도 없었다.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이나연은 괴성을 지르듯 외쳤고 눈이 벌겋게 충혈됐지만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애써 눈물을 참았다. “내가 병원에서 나가기 전에 간호사한테 잠깐만 봐달라고 부탁했었어. 그러니까 아이는 잘 있을 거야... 이럴 리가 없어... 우리 아이가 죽었을 리가 없다고!” 박재혁은 이를 악물고 그녀를 노려보며 윽박질렀다. “넌 그 잘난 딸내미 찾겠다고 내 아들을 내팽개쳤어! 아이가 죽은 건 다 네 잘못이야!” 조금 전에 간호사에게 들은 이야기가 박재혁의 뇌리를 다시 스쳤는데 이나연이 출산하자마자 아이의 얼굴도 안 보고 병원을 나갔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박재혁은 이나연을 갈기갈기 찢고 싶었다. “나는 정말 너를 죽여버리고 싶어.” 그때 병실 복도에서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 서방, 가희가 애를 낳았대. 아들이래.” 이가희의 엄마 심인화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박재혁은 더는 이나연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얼음 같은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는 이가희가 있는 산부인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문이 닫히고 나서 이나연은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품 안에서 숨 쉬던 아이, 세상에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아이가 이렇게 쉽게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유령처럼 천천히 아기에게 다가가 그 작고 소중한 생명을 품에 안고 속삭이듯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기야, 아직 안 간 거지? 그냥 잠든 거지? 엄마 여기 있어. 이제 그만 자고 눈 좀 떠봐... 한 번만 눈을 떠줘...” “아기야... 엄마가 못나서 너를 못 지켰어. 정말 미안해... 제발 깨어나 줘...” 이나연은 아기를 품에 안은 채 끝내 손을 놓지 않았다. 눈물은 소리 없이 쏟아졌고 그녀의 모습은 마치 조각난 도자기 인형처럼 금이 가 있었다. 이젠 손만 스쳐도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만약 출산할 때 남편이 곁에 있었다면 이 아이는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오직 이가희와 이가희의 뱃속에 있는 아이만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조차 박재혁은 죽은 아이를 내버려두고 출산한 이가희를 돌보러 다급히 뛰어갔다. 이나연은 그들이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데 정작 그녀의 품에 안긴 이 작은 아이는 말랑하던 몸이 점점 더 차가워졌고 서서히 굳어갔다. 이나연은 눈물이 바닥날 때까지 울었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울어도 이제 아이는 다시는 눈을 뜰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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