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백발이 될 때까지 너와 함께
1년 후 용운시.
이나연은 수업을 마치고 차 키를 챙겨 들었다. 이제 막 수업이 끝났고 박소윤과 박지민을 데리러 학교로 가려는 참이었다.
용운시에 돌아온 뒤 이나연은 더 이상 호텔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았고 대신 한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박지민은 유치원에, 박소윤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그렇게 이나연의 지난 1년은 조용하고 평온하게 흘러갔다. 단지 마음 한구석 가장 깊은 곳이 텅 비어 있는 듯한 감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유성진은 여전히 자주 그녀와 아이들을 보러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녀와 연인이 되자거나 결혼하자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학원에서 좋은 성격의 젊은 여자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고 이나연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유성진에게 소개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채 주차장 쪽으로 향하던 중 이나연은 하마터면 누군가와 부딪칠 뻔했다.
“죄송해요, 부딪칠 뻔했네요.”
상대가 임신부라는 걸 확인한 순간 이나연은 한층 더 미안해졌고 앞으로는 길을 걸을 때 정신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본인이 다치는 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건 절대 안 되니까.
“정말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이나연은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말했다.
“어? 왠지 낯이 익은데요?”
임신부는 이나연의 얼굴을 훑어보며 말했다.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는 듯한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배를 가볍게 쓸어내리며 돌아섰고 그제야 이나연도 그녀 뒤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뼛속 깊이 새겨져 있는 그 얼굴을 보며 이나연은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었지만 그와의 재회가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다. 박재혁의 곁에 다른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는 곧 그의 아이를 낳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마주쳤는데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설 순 없어 이나연은 애써 웃음을 지었다. 울 것 같은 얼굴로 겨우 짜낸 그 웃음은 오히려 더 아팠다.
“박재혁, 오랜만이네. 보아하니,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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