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잔인한 사랑
“이가희, 너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이나연은 이가희가 어떤 인간인지 잘 알고 있어 잔뜩 긴장한 채 한 걸음 물러섰다. 이가희는 이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았다.
“언니, 곽준표를 부른 사람이 나야. 언니가 직접 봤으면 좋겠더라고. 내 아이와 비교하면 언니의 애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말이야. 재혁 오빠의 눈에는 나밖에 안 보여. 언니는 평생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절대 재혁 오빠의 마음을 못 얻을 거야!”
이가희의 뻔뻔한 말에 이나연의 눈빛이 매섭게 뒤집혔다.
“소윤이를 죽인 게 너였구나! 이가희, 널 가만두지 않겠어! 소윤이의 복수를 위해서 반드시 널 죽여버릴 거야!”
이나연은 땅을 박차고 일어나 이가희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하지만 이가희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품에 안은 아이의 목덜미에 손을 갖다 댄 채 싸늘하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안 그러면 내가 지금 당장 이 애의 목을 꺾어버릴 수도 있어.”
그 말에 이나연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이가희의 협박에 넘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의 목숨은 도박처럼 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 아이를 돌려줘!”
이나연은 절박했다. 이가희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 자칫하면 그녀의 아들까지도 죽일 수 있었다.
“돌려달라고?”
이가희는 사악한 뱀처럼 차갑게 웃었다.
“돌려주면 내가 어떻게 이 애를 지옥으로 보내겠어?”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갑자기 품에 안고 있던 아이를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
“안 돼!”
이나연은 눈이 빨개진 채 창가로 달려가 팔을 뻗었지만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 순간 병실 문이 쾅 하고 열렸고 문 앞에 박재혁이 서 있었다. 이가희는 재빨리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오빠, 언니가 우리 아이를 창문 밖으로 던졌어! 빨리 가서 우리 아이를 구해줘!”
그녀는 콧물 눈물 다 흘리며 오열했다.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오빠를 사랑한 것도, 아이를 낳은 것도 다 내 잘못이야. 난 기꺼이 벌을 받을래. 난 소윤이를 위해 목숨을 바꿀 수도 있는데 언니는 왜 우리 아이를 해쳤을까! 우리 아이는 아무 죄도 없는데...”
이나연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창문 밖으로 아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은 3층이고 아이의 그 여린 몸으로 이 높이에서 떨어졌으니 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나연!”
박재혁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주먹으로 벽을 세게 쳤다.
“이 악마야, 만약 내 아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널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박재혁은 곧장 뛰쳐나가 아래로 내려갔고 잔디밭 위에 떨어진 아이는 이미 숨이 멎었다. 의사가 와서 확인해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표정만 봐도 이 아이를 살릴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나연은 미친 듯이 이를 악물었고 이가희를 향한 증오가 온몸을 뒤덮었다. 지금 그녀는 두 아이의 복수를 위해 이가희를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제 그녀는 더 잃을 것도 없어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가희를 끝장내고 싶었다.
출산 후 몸이 허약해진 이나연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도 모르게 이가희를 있는 힘껏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리고 손에 쥔 휴대폰으로 이가희의 얼굴을 미친 듯이 내리쳤다.
그렇게 그녀는 이가희의 위에 올라타 정신없이 이가희를 가격했는데 아무리 때려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으아악! 이나연, 미쳤어? 이거 놔!”
솔직히 이가희는 이나연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고 겁을 먹은 그녀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재혁 오빠, 도와줘! 언니가 날 죽이려고 해!”
둘은 병실에서 복도로, 복도에서 계단 입구까지 옮겨가며 싸웠고 이나연은 이가희의 머리채를 잡고 벽에 힘껏 들이받았다. 그러자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이나연은 멈출 줄 몰랐다.
그녀는 이가희의 머리카락을 잡아 뜯은 뒤 손톱으로 이가희의 얼굴을 할퀴려 했다.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 이가희는 곧바로 반격하려 했지만 그 순간 계단 쪽으로 달려오는 박재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방심한 그 찰나에 이나연이 있는 힘껏 그녀의 몸을 밀쳤고 이가희는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