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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무슨 목걸이 말씀하시는 거죠?” 성보람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되물었다. “지민이가 나한테 가져다준 그 목걸이요! 시골 촌티 나는 아가씨가 얼른 내놓으시지. 그거 몇백억짜리라구요.” 조민주는 말하면서 성보람 책상 서랍부터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성보람이 몰래 가져가서 착용해 봤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본 적도 없는 물건이에요.” 성보람은 어이없다는 듯 차분하게 말했다. “모르는 척 그만해요. 분명 그 상자 안에 있었잖아요. 그때 거실에 남아 있던 사람은 동서뿐이었어요. 동서가 아니라면 누가 가져갔겠어요?” 조민주의 말투엔 이미 확신이 가득했다. “그건 내 물건이에요. 허락 없이 가져가면 도둑질이에요.” “안 가져갔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성보람도 더는 참지 않고 받아쳤다. “좋아요, 그렇게 끝까지 잡아떼겠다 이거죠?” 조민주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아줌마! 가서 저 짐 좀 뒤져보세요. 분명 숨겨 놨을 거예요.” 조민주의 명령에 박희수는 눈치를 봤지만 결국 조민주가 먼저 성보람의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조민주는 성보람의 캐리어를 열더니 옷가지며 물건들을 죄다 바닥에 던져버렸다. “이게 다 뭐야, 쓰레기 같은 것밖에 없네.” 조민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 광경에 성보람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녀는 조민주를 힘껏 밀어냈다. “지금... 날 밀었어요?” 조민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그녀는 곧 이성을 잃고 성보람에게 달려들었다. “제 허락도 없이 누가 감히 제 짐을 뒤져요!” 성보람도 물러서지 않고 맞붙었다. 조민주의 손톱에 팔이 긁혔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을 성격이 아니었다. 성보람은 조민주의 머리채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둘은 그렇게 엉켜 난장판이 되었다. 박희수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줌마, 뭐 해요! 어서 와서 안 도와줘요? 나 배씨 가문의 큰며느리예요. 잘못하다간 당신도 잘릴 줄 알아요.” 조민주는 태어나서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 그 잘난 자존심 때문에 도저히 물러설 수 없었다. 성보람은 여려 보여도 생각보다 힘이 셌다. 박희수는 끝내 이를 악물고 조민주 편에 섰다. 이 집에서 성보람은 이미 힘이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성보람도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박희수를 발로 밀쳐내고 조민주를 눌렀다. 박희수는 성보람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덤볐다. 그때, 외출에서 돌아온 배정헌과 김미경이 소란을 듣고 급히 올라왔다. 마주한 건 엉망이 된 난장판이었다. “당장 멈춰! 둘 다 뭐 하는 짓이야!” 배정헌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터졌다. 셋 모두 그제야 멈췄다. 조민주는 황당하고 분한 마음에 눈물부터 터트렸다. “아버님, 어머님! 정말 잘 오셨어요. 동서가 저를 죽이려고 해요. 저 좀 살려주세요...” “성보람! 네가 감히 이 집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김미경의 분노가 폭발했다. 조민주는 이 집에서 20년 넘게 같이 살아오며 두 사람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이미 김미경과 배정헌에게 조민주는 딸 같은 존재였다. 그런 조민주가 맞고 있는 걸 보고 김미경은 성보람에게 처음으로 큰 실망을 느꼈다. 하지만 성보람은 애초에 이 집안에 기대라는 걸 품은 적도 없었다. 조민주는 김미경 품에 안겨 서럽게 울며 고자질했다. “아버님, 어머님... 오늘 지민이가 집에 와서 저랑 어머님 드린다고 해외에서 목걸이랑 시계를 가져왔어요. 제가 지민이 배웅하고 돌아왔더니, 그 목걸이가 사라졌어요. 그때 거실에 남아 있던 사람은 동서뿐이었고요. 그 목걸이, 오백억 원이 넘는 물건이에요. 동서가 아니라면 누가 훔쳐 갔겠어요? 돌려 달라니까 저렇게 저를 때렸어요.” “성보람, 넌 대체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니? 우리 집에서 도둑질까지 하면서.” 김미경은 싸늘하게 내뱉었다. 한여름인데도 성보람은 등골이 오싹하게 식어갔다. “제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어요?” “동서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조민주는 손가락질하며 쏘아붙였다. “오늘 집에 나랑 동서밖에 없었잖아요. 희수 아줌마는 십 년 넘게 우리 집에서 일했어요. 더 비싼 물건도 손댄 적 없어요. 그런데 동서가 오고 나서 바로 사라졌어요. 그럼 동서가 아니면 누가 했겠어요. 아마 그 예쁜 목걸이 처음 보는 값비싼 물건이라 탐났겠죠.” 김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희수의 성품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성보람, 그건 네 형님 물건이야. 그리고 누가 널 그렇게 키웠니, 남의 물건에 손대라고?” “어머님, 아까 제가 캐리어 열어보려니까 동서가 때렸어요. 안 들킬 줄 알았던 거겠죠.” 조민주는 김미경이 자기 편인 걸 확신하고 더 독하게 고자질했다. 성보람은 이번엔 배정헌을 바라봤다. “아버님도 제가 훔쳤다고 생각하세요?” 배정헌은 얼굴을 굳히고 깊게 찌푸렸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목걸이가 갖고 싶었으면 나중에 사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솔직하게 말해. 처음이니 용서하마.” “...하.” 성보람은 비웃음을 흘렸다. 그동안 배정헌은 그래도 최소한 공정한 사람이라 믿었다. 하지만 결국 이 사람도 똑같았다. 가진 게 없다는 이유로 제일 먼저 의심받고 당연하다는 듯 몰아붙이는 모습. “오늘에서야 확실히 알겠네요.” 성보람은 씁쓸하게 웃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이 집에선 돈 없고 지위 없는 게 곧 죄라는 걸요.” “성보람.” 배정헌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 “아니, 틀렸나요? 값비싼 물건 하나 못 봤다고 절도범 취급에 변명도 없이 제 짐을 뒤지고... 경찰도 남의 짐을 뒤질 땐 동의부터 받아요. 근데 이 집에선 마음대로 뒤져도 되는 거군요.” 성보람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달콤하고 순했던 얼굴에선 어느새 날 선 분노가 서려 있었다. “배씨 가문은 법보다 위입니까?” 배정헌은 얼굴이 굳어졌고 김미경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됐다. 나는 너처럼 고집 세고 버릇없는 애는 처음 본다. 네가 집안 사정 딱해서 받아줬지만 선우를 깨웠다고 다 용서되는 건 아니다. 네 그 성격, 우리 집이 더는 감당 못 해.” 조민주는 잽싸게 말했다. “목걸이 내놓고 당장 이 집에서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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