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배선우는 눈앞에 앉은 작고 통통한 볼살의 여자 얼굴을 내려다봤다.
그녀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조금 불쾌했다.
‘왜 이 여자가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혼을 원하는 거지?’
한때 수많은 명문가 아가씨들이 온갖 방법을 다 써서라도 그의 관심을 끌려고 애썼는데 말이다.
“경찰도 다녀갔는데 바로 이혼 얘기를 꺼내? 이런 일이 밖으로 퍼지면 우리 배씨 가문 체면이 말이 아니야.”
배선우가 불쾌한 기색으로 목에 걸린 넥타이를 풀었다.
“아.”
성보람이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걱정하는 건, 내가 도둑으로 몰린 사건이 밖으로 새 나가서 사람들 웃음거리가 되는 거죠?”
배선우의 준수한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그의 깊은 눈동자엔 난처함이 어렴풋이 비쳤다.
“너, 일단 여기 조용히 좀 있어. 시간 좀 지난 뒤에 이혼하자.”
“그건 안 돼요.”
성보람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가난하고 돈 욕심 많다고 하잖아요. 만약 당신 서재에서 뭔가 없어졌다고 다 제 탓으로 몰리면 어떻게 해요?”
배선우는 목이 잠기더니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성보람, 이 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
“아니요.”
성보람은 의자에 앉아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여기 있기 싫어서요. 다 싫어요. 배씨 가문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고 강한 자만 억누르며 거들먹거리잖아요.”
그 말을 들은 배선우는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하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성보람, 설마 우리 집에서 널 좋아한다고 생각해? 어른 공경은커녕 말끝마다 날카롭게 굴고 모든 걸 무시하고.”
성보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하게 양손을 벌렸다.
“싫으면 싫은 거죠. 난 신경 쓰지 않아요.”
“...”
정말 ‘죽은 자는 깨울 수 없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배선우는 이런 여자와 싸우는 게 솜뭉치를 치는 기분이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할아버지는 어디서 이런 별난 여자를 약혼자로 데려온 거지?’
배선우는 이마를 문지르며 화제를 바꿨다.
“아버지가 너 데리고 나가서 살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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