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속심말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
지금의 태자비가 안지연이고, 혼례 전까지 김서준과 비밀 통로로 날마다 만난 사람이 바로 안소민이었다. 세상에서 맑고 고결하다고 칭찬받는 그 태자는 안소민을 보면 미친 듯 집요하게 몸을 짓누르듯 욕망을 퍼부었고, 일이 끝나면 차갑게 돌아서 남들이 오해하고 헐뜯게 내버려두었다. 심지어 김서준은 안소민을 평생 햇빛을 보지 못하는 장난감으로 곁에 묶어 두려는 듯했다.
그런 지옥에서 벗어나려 안소민은 변방으로 시집왔다. 그런데도 김서준은 끝내 찾아오려 한다니.
안소민은 손끝을 꽉 움켜쥐었다. 더는 김서준을 사랑하지 않지만 다른 사내 앞에서 지난 일을 드러내려니 여전히 가슴이 아렸다. 그건 가장 수치스러운 기억이었다.
“알아요. 저를 찾으러 오는 겁니다. 태자가 맞아들이는 사람은 제 언니지만 그 혼례 전에 저는...”
신지운의 걱정스러운 눈길 아래, 안소민은 한 마디 한 마디 지난날을 털어놓았다. 그건 안소민이 고개를 떨구게 만드는 상처이자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떨리는 장면들이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신지운의 눈빛에는 연민이 짙어졌다. 마지막 한 마디를 다 뱉자, 신지운이 안소민을 와락 끌어안았다.
“두려워하지 마오. 다 지난 일이오. 태자라 한들 다른 사람은 내 앞에서 부인을 넘보게 두지 않겠소.”
안소민은 신지운의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만 너무도 다정한 태도에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서방님은... 제가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태자와 그토록 여러 번...”
하지만 신지운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모두 부인의 과거요. 우리는 이미 혼인했으니, 앞으로의 날들이 우리 미래요.”
오랫동안 안소민의 가슴을 짓눌렀던 그늘이 그 말 한 줄기에 사라졌다. 그제야 안소민은 정말 새로운 삶을 얻었다고 느꼈다. 안소민은 신지운의 품으로 파고들어 한참을 엉엉 울었다. 김서준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때에는 단 한 번도 울지 못했는데, 따뜻함을 얻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절망만으로 채워진 게 아님을 알았다.
“고마워요. 서방님...”
“우리는 부부요. 그러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