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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혈서로 맺은 약속

많은 여자가 꿈에서라도 바라는 태자비, 심지어 훗날의 중전 자리까지, 김서준은 그 화려한 약속을 안소민에게 내주겠다고 했다. 예전 같았더라면 뼛속까지 사랑하던 사람이 내미는 말에 안소민은 기뻐서 숨조차 고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안소민의 가슴에 남은 것은 끝없는 쓸쓸함과 차가운 단념뿐이었다. 안소민은 늘 품에 넣어 다니던 손수건을 꺼내 꼭 쥐었다. “전하, 기억하시지요. 제 심두혈을 쓰시던 날, 제가 한 가지 바람을 말하자 하였을 때 전하께서 인을 찍어 주셨습니다.”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런 일이 있었다. 안소민이 손수건을 펼쳤다. 그러자 피로 적은 글자가 한 획 한 획 선명했다. “이것이 제가 원한 바입니다. 전하,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 김서준의 눈이 잠시 멍해졌다. 그날 안지연 때문에 마음이 급해 무심코 도장을 찍었는데, 그 위에 이런 말이 적혀 있을 줄은 몰랐다. [김서준은 안소민의 혼가를 자유롭게 함을 허락하며, 이후 그 어떤 방식으로도 안소민의 남편을 얽매거나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 숨이 거칠어진 김서준은 홱 손을 뻗어 손수건을 탁 내리쳤다. “이건 무효다! 그때 나는 내용을 미처 보지 못했다. 이런 줄 알았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거다!” 하얀 손수건은 공중에서 빙 돌다가 바닥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안소민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전하의 인장이 찍혀 있습니다. 폐하께 아뢰어도 효력을 잃지 않습니다.” 떨어진 손수건을 누구도 줍지 않았다. 김서준의 두 눈이 충혈되었다. 당장이라도 안소민을 데려가고 싶었지만, 신지운과 자기 손으로 찍은 인장이 그의 발을 붙들었다. ‘왜 그때 한 글자도 읽지 않았던 걸까.’ 뒤늦은 후회가 김서준의 속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김서준은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 뒤엉킨 감정은 누구도 읽어 내지 못했다. 그러나 안소민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김서준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전하, 이제 돌아가십시오.” 그러자 김서준이 싸늘하게 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 “두고 보아라.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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