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몇 달 전.
기차가 서서히 플랫폼에 들어설 때, 민설아는 창밖에 펼쳐진 새하얀 산과 숲을 멍하니 바라봤다.
놀랍고도 낯설어서, 마치 현실 같지 않은 풍경이었다.
내리자마자 북쪽 지방의 찬바람이 얼굴을 후려쳤다. 민설아는 발끝부터 온몸이 얼어붙는 듯해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 순간, 두꺼운 솜코트를 껴입은 현지 사람들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바삐 지나갔다.
민설아는 캐리어를 끌고 플랫폼을 내려섰다. 차가운 기운이 외투를 그대로 꿰뚫어 발걸음이 얼어붙듯 무뎌졌다.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낮은 벽돌집이 있었고 굴뚝에서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산림 지대의 관리자는 오십대 중반쯤 되는 남자였다. 바람에 탄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푸근했다.
“아, 민설아 씨예요? 드디어 오셨네요!”
그는 환하게 웃으며 캐리어를 받아들고, 따끈한 차를 내주며 이 지역의 환경과 업무에 대해 잔잔하게 설명했다.
민설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어 내렸다.
씁쓸한 향이 나는 평범한 차였지만 따뜻한 온기가 곧 굳었던 민설아의 손가락을 풀어 주었다.
“여긴 환경이 열악하지만 풍경은 정말 멋져요.”
관리자는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게다가 민설아 씨가 믿을 만한 파트너도 붙여놨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쪽 산을 훤히 아는 사람이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무문이 쾅 열리며 눈발을 실은 찬 바람이 밀고 들어왔다.
민설아가 고개를 들자 문가에는 등치 큰 남자가 서 있었다.
두툼한 방한모와 목도리로 얼굴 대부분이 가려져 있었고 오직 눈만 드러나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 오른쪽 다리를 살짝 절었지만 보폭은 단단하고 안정적이었다.
“왔나?”
관리자가 그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고 민설아 쪽을 향했다.
“내가 말했던 주승민 씨야. 민설아 씨보다 조금 더 일찍 왔을 뿐인데, 벌써 이 산을 자기 집처럼 알고 다녀요.”
그 말에 주승민은 말없이 고개만 살짝 숙였다.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드러난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