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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민설아의 손에 들린 청첩장은 금박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햇빛이 비치는 순간, 그 문양은 눈부실 정도로 반짝였다. 하선우는 그 청첩장을 내려다보며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떨었다. [하준성과 민설아는 이번 달 18일 결혼식을 올립니다.] 청첩장에 적힌 글자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깊숙이 박혀 왔다. 민설아는 원래 하선우의 아내여야 했고 하선우가 세상 누구보다도 소중히 아껴 준다고, 평생 지켜 주겠다고,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던 여인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여인이 하선우의 형인 하준성과 결혼한다. 얼마나 잔혹한 일이란 말인가. 그동안 하선우는 민설아를 붙잡기 위해 수없이 애원하며 찾아가서 매달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차갑고 단호했다. “그만해. 난 진성 씨하고 진심으로 사랑해. 너와 나 사이에는... 다시는 불가능해. 모든 잘못이 다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니야. 우리도 그래.” 그 말들이 귀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 창밖에서는 흥겨운 피리 소리가 들려오자 하선우는 몸을 크게 떨었다. 오늘이 바로 18일이었고 하준성과 민설아의 결혼식 날이었다. 하선우는 천천히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에서 하얗게 풀이 죽은 군인 한 명이 보였다. 깊게 팬 다크서클, 밤새 자지 못한 탓에 거칠게 자란 수염, 예전 호기롭고 밝았던 하 대령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문가에서 조심스럽게 서 있던 강서진이 나직하게 말했다. “선우야... 가지 마. 그러면 네가 더 비참해져...” 하지만 하선우는 강서진을 지나치며 냉랭하게 말했다. “비켜.” 그러자 강서진은 말없이 물러섰다. 결혼식장은 군부대 예식홀로 차려져 있었고 화려하지 않았지만 따뜻한 분위기였다. 하선우는 맨 뒤에 서서 조용히 홀 전체를 바라보았다. 너무 늦게 온 탓에 하선우가 앉을 자리는 이미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홀 중앙. 하준성은 빳빳한 정복을 입고 있었다. 새하얀 견장 아래 반짝이는 별들이 하준성의 신분을 말해 주고 있었다. 하준성은 붉은 꽃장식을 가슴에 달고 민설아와 손을 꼭 잡은 채 하객들에게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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