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장수혁은 멀어지는 박지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돌리자 하연서가 칠흑같이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연서야...”
하연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늘한 시선으로 박지연이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며 말했다.
“박지연이라고 했지?”
하연서는 그 이름을 가슴 깊이 새겨 두었다.
“진정해. 내가 다시 박 대표를 찾아가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연서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걸음을 옮겼고 장수혁이 따라붙을 겨를도 없이 벌써 멀어져 있었다.
그래도 그는 크게 상처받지 않았다. 여신이라 불리던 하연서에게 무시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장수혁은 하연서의 시선이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향하면 그걸로도 행복해 기절할 사람이었다.
일주일 전 하연서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던 순간의 설렘을 그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했다.
그래서 더 도움이 되고 싶었고,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렸다.
초조함과 두려움에 얼굴빛이 창백해진 그는 무겁게 박지연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아까 소파에 앉아 있던 여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박지연은 대표석에 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더 엄격하고 무거운 공기가 방 안을 짓누르고 있었다.
“대표님...”
“장수혁 씨, 오늘부로 해고입니다.”
장수혁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왜요?”
“이유는 없어요. 그냥 운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당장 인사팀으로 가서 절차 밟아요. 그리고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는 충분히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
시연 테크의 근무 환경과 대우는 항상 만족스러웠고 장수혁은 느긋한 회사 분위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박지연이라는 대표는 누구보다 당당하고 아름다웠고 그런 대표와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즐거움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이 회사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대표님, 제가 하연서를 회사에 데리고 온 것 때문에 그러세요? 그건...”
박지연의 차가운 시선에 장수혁은 말을 삼키며 억울한 표정으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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