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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강도훈의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소이현은 고태훈과 연락한 적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매번 연락의 이유는 늘 강도훈 때문이었고 그 외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다. 설마 자신이 권성 그룹에서 일하는 걸 두고 강도훈이 고태훈을 보내 상황을 떠보게 한 걸까? 그러나 그 생각은 단 1초도 안 되어 사라졌다. 설령 퇴사를 명령한다 해도 강도훈이라면 강지유에게 전달하게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강도훈에게 있어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고 예전처럼 순순히 말을 따를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군가 대충 한마디만 던져도 소이현이 그대로 따라갈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고태훈이 직접 오며 분위기를 살필 필요도 없다. 게다가 아직 강도훈을 차단하지 않았고 이혼 서류도 정리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소이현은 여전히 그에게 연락할 수 있다. 즉, 이런 사소한 일이면 강도훈이 그냥 직접 연락하면 될 일이었다. 침묵하던 소이현을 본 고태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말했다. “그냥 가볍게 대화나 나누자는 겁니다. 정말 저랑 얘기하기 싫으면 커피만 마셔요. 제가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요. 네?” 소이현은 그와 완전히 모르는 관계도 아니거니와 지금 시간도 남아 있는 상태였다. 고태훈의 말대로 그저 이야기 몇 마디 나누는 것뿐 별다른 의도가 없다면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 이내 두 사람은 가까운 카페에 들어섰다. 고태훈은 자연스럽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소이현이 짧게 말했다. “저도 같은 걸로 할게요.” 고태훈은 직원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직원은 아르바이트생인지 아주 어려 보였다. 여자는 고태훈의 미소 한 번에 얼굴이 단번에 붉어지고 허둥지둥거렸다. 소이현은 두 사람의 모든 행동을 다 바라보고 있었고 그걸 발견한 그는 잠시 멈칫했다. ‘아차, 실수했네.’ “죄송해요. 그냥 여자가 앞에 있으면 습관적으로 웃게 되더라고요.” “저도 알아요. 그거 여자 꼬시는 거잖아요.” 그는 지금 당장 자기 얼굴에 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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