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강도훈이 시선을 거두자 하연서는 한편으로 안도하면서도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고태훈은 분명 강도훈이 소이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데 그럼에도 먼저 다가가 말을 걸다니?
이건 사실상 그들에게 맞서는 행동 아닌가?
아니면 소이현이 먼저 연락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요즘의 소이현이라면 세상에서 제일 불쾌한 방식으로 남자들 사이를 오가는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연서는 자신의 감정을 꾹꾹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겨서 태훈이한테 연락한 걸까?”
“그럴 수도 있지.”
“그럼 내가 태훈이한테 전화해서 여기로 오라고 할게.”
고태훈은 간신히 소이현과 분위기를 풀고 오랜만에 편하게 대화까지 나누고 있었는데 그 타이밍에 걸려 온 전화가 모든 걸 끊어버렸다.
“뭐야? 왜 전화했어?”
이내 수화기 너머로 하연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도착했어. 넌 언제 와?”
고태훈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난 너희 부른 적 없는데?”
어젯밤 육성민이 언제 한번 테니스나 치자고 툭 던졌던 이야기를 그들은 오늘 같이 치자는 거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치는 건데 같이 치면 좋잖아. 도훈이도 있어. 그리고 태경이도 올 거야.”
고태훈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너희 먼저 치고 있어.”
그가 전화를 끊자마자 소이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친구분들 다 오셨나 봐요? 이제 가보셔도 돼요.”
고태훈은 짜증이 나 욕을 하고 싶었으나 그녀 앞이니 억지로 억누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나중에 또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소이현은 잠깐 멈칫하다가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녀에게 고태훈은 그저 스쳐 지나는 사람, 그리고 전에는 강도훈의 친구였을 뿐이니 굳이 다시 엮일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친구라면 얼마든지 생길 수 있으니 굳이 고태훈과 만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 대답에 고태훈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소이현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가 진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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