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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어울리던 무리 중에서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그에 대해 진심으로 반응해 준 사람은 고태훈뿐이었다. 서로를 존중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소통이 되는 법이지만 강도훈처럼 편견이 있는 사람과는 소통이 불가능했다. 그는 자만하고 오만해 소이현이 무슨 말을 하든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의미가 있을까?’ 사실 짧은 5분이라는 시간마저 강도훈에게 준 게 후회가 됐다. “네가 믿든 말든 그건 네 마음이야. 난 절대 지금 하는 일 그만두지 않을 거야.” 소이현은 그를 밀어내고 뒤돌아서 떠나려 했지만 강도훈이 한 손을 쭉 뻗어 벽을 짚으며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사실 네 결정도 이해해.” 이윽고 들린 그의 말에 소이현은 멈칫했다. ‘이해한다고?’ 하지만 곧, 그는 비열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권승준이라는 버팀목을 겨우 찾아냈는데 그걸 어떻게 쉽게 놓겠어? 권승준 덕에 내가 너 하나로 화를 낼 수도 있는데 말이야. 하지만 이런 방식은 틀렸다고 생각해. 권승준은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남자가 아니야. 걔를 붙잡는 건 불에 뛰어드는 거랑 다를 게 없어.” 이내 강도훈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얼굴을 가까이 내밀었고 소이현은 놀라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어깨를 꽉 누르며 아예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강도훈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손을 댄 적은 없었지만 소이현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지금 뭐 하려는 거지?’ 두려움이 점점 치밀어오르려는 순간 그는 그녀의 왼쪽 목덜미 아래를 강하게 빨기 시작했다. 이윽고 통증이 전신을 타고 올라온 소이현은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가 미처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는 힘을 풀며 소이현을 내려다봤다. 아니, 사실 소이현이 아니라 그녀의 목에 남은 키스마크를 보며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네가 나를 건드리는 바람에 생긴 일이야.” 그 말을 끝으로 강도훈은 자리를 떠났고 소이현은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뒤늦은 공포가 밀려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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