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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눈 깜짝할 사이에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 나는 정장으로 갈아입었지만 그저 무덤덤한 기분이었다. 엄마가 옆에서 걱정 어린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우현아, 생각 잘해야 해. 진짜 그 지경까지 가면 앞으로 널 향한 사람들의 시선 감당할 수 있겠어?” 나는 부모님께 나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아빠는 창피하다면서 매우 언짢아하시며 자리를 떠났다. 엄마는 내 편이 돼줬지만 그래도 너무 모험적이라고 하셨다. “결혼을 며칠 앞두고 파혼했다고 해도 다들 똑같이 사석에서 우릴 의논할 거예요.”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난 도저히 이것만은 못 참겠어요. 대신 아빠 좀 설득해주세요. 뒷감당은 제가 다 책임질게요.”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야, 아빠가 왜 네 탓을 하겠니? 다 네가 안쓰러워서 그런 거지.” “신랑분, 준비되셨나요? 이제 곧 무대 오를 시간이에요.” 밖에서 호텔 종업원이 다그치자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요, 엄마.” 호텔 로비에 웨딩사진이 잔뜩 걸려 있었다. 사진 속 신랑 신부는 애틋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포즈를 취했다. 똑같은 결혼반지를 끼고 깍지 낀 손으로 달콤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나는 사진 속 활짝 웃는 강윤서를 바라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애초에 그녀와 웨딩사진을 찍은 적이 없으니까. 아무나 찾아서 대충 사진을 찍고 내 얼굴을 포샵해 올리라고 했더니 그 상대는 아니나 다를까 이건우였다. 이 결혼은 처음부터 할 마음이 없었다. 다만 그녀가 정말 이건우와 함께 찍고 내 얼굴로 커버했을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얼핏 보면 모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자연스러운 데가 한두 군데 아니었다. “우현아, 웨딩사진 너무 잘 나왔네.” 문득 뒤에서 이건우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는 오늘 나와 같은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었다. 다만 내 옷은 이테리 수제 정장이고 그는 출처도 모를 싸구려 정장이었다. 얼핏 보면 몰라도 자세히 보면 내 정장은 재단이 잘 되어있고 핏이 완벽한 반면, 그는 아주 엉성하게 재단되고 어깨에 실밥까지 튀어 나왔다. 그는 도발에 찬 눈길로 나를 쳐다보며 무심코 손에 낀 반지까지 드러냈다. 그건 바로 웨딩사진 속 반지였다. 대놓고 자랑질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 “대타로 웨딩촬영하는 거 일당 1만 6천 원이라던데, 윤서한테 돈은 받았지?” 내 말이 떨어진 순간 그의 미소가 싹 사라졌다. “윤서랑 난...” “쿠팡에서 산 몇천 원짜리 반지도 뭐가 그리 좋다고 자랑질이야? 짭은 영원히 짭이야, 이건우!” 나는 이 말만 남긴 채 자리를 홱 떠났다. 이건우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음침한 표정을 지었다. “딱 기다려! 조만간 네 모든 걸 다 차지할 거야!” 애석하게도 이런 그의 야심마저 내겐 한낱 우스갯거리에 불과했다. ... “신랑분, 이 자리를 빌려서 신부님께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웨딩드레스를 입고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강윤서를 바라보며 나는 짙은 두 눈으로 되물었다. “여러분들은 오늘 윤서가 이쁜가요?” “네, 완전 예뻐요.” 하객들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고 강윤서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그럼 지금부터 우리 윤서가 방금 신부대기실에서 어떻게 예쁘게 치장했는지 보여드릴게요. 제가 일부러 영상을 찍어뒀거든요.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요.” 순간 강윤서의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 “영상이라니?” 나는 그녀를 쳐다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말했잖아. 신부대기실 영상이라고. 뭘 이렇게 놀래? 설마 불륜현장이라도 잡았을까 봐?” “지금 뭐라는 거야? 오늘 우리 결혼식이야. 말 가려서 해. 선 넘었다고 이미!” 강윤서는 표정 관리가 안 되고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 그녀는 정말 당황해하고 있었다. 다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사회자에게 곁눈질했다. 뒤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에 드디어 영상이 떴다. 강윤서는 재빨리 내 손을 잡아당겼다. “이러지 마, 우현 씨! 나 생얼 보여주기 민망하단 말이야. 제발 그만해, 이렇게 빌게...” 내가 꿈쩍하지 않자 그녀가 되레 협박하기 시작했다. “여기 결혼식장이야. 우현 씨 가족까지 다 망신 주고 싶어? 무슨 일 있어도 집에 돌아가서 얘기해, 제발!” 나는 그녀의 손을 피해 재생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야릇한 소리가 예식장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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