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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키스해, 키스해!” “윤서야, 여기까지 와서 뭘 내빼? 너 건우 5년이나 기다렸잖아.” 주위 사람들의 부추김 속에서 강윤서는 선뜻 이건우에게 키스했다. 문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전생에 이 모임에 오던 길에서 접촉사고가 나서 이런 에피소드가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비스듬히 열린 문을 확 열어젖혔다. 그러고는 딥 키스를 하는 두 사람에게 차갑게 쏘아붙였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강윤서는 친구가 옆에서 툭툭 치고 나서야 나를 발견했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차분하게 말했다. “게임하고 있었어. 우현 씨는 여기 웬일이야?” 그녀는 말하면서 천천히 이건우의 품에서 떨어졌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야유 조로 물었다. “네가 오라며? 고작 내연남이랑 키스하는 거 보여주려고 불렀어?” 내연남이란 세 글자에 이건우는 제대로 긁혔다. 그는 강윤서의 손을 꼭 잡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진우현 씨, 뭔가 착각하나 본데,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제삼자야!” 강윤서도 딱히 손을 빼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의 말에 동의하나 보다. 나는 되레 제삼자로 몰락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전생에도 그녀는 이토록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우현 씨는 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야? 수술도 못 해, 이제 논문도 못 쓰겠어?” 나중에 나는 마침내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고 논문까지 썼지만 그녀는 피와 땀이 섞인 나의 성과를 이건우에게 갖다 바쳤다. 내가 다짜고짜 질문을 쏘아붙이자 그녀는 오히려 맹비난을 퍼부었다. “메스도 못 잡는 폐인이라 누군가가 대신 우현 씨 꿈을 이뤄준 거잖아. 건우한테 응당 고마워해야지.” 더욱 화나는 건 강윤서가 내 전 재산을 털어 갔고 이로 인해 아빠가 심장병이 발작했으며 엄마의 암 치료까지 포기했다는 것이다. 전생의 고통스러운 추억을 회상하니 나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내가 하도 싸늘하게 째려봤던 탓인지 강윤서가 미간을 살짝 구기더니 간만에 머리를 숙였다. “우현 씨, 그만해. 다들 즐겁게 노는 데 분위기 깨지 말고 얼른 여기 와서 앉아.” 이에 이건우가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씩 웃었다. “내가 뭐랬어, 윤서야. 우현 씨 분명 화낼 거라고 했잖아. 우리 방금 게임한 것뿐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는 말하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가차 없이 그 손을 뿌리치고 충혈된 두 눈으로 쏘아붙였다. “꺼져! 건드리지 말고.” 전생에 연구 성과를 도난당한 이후로 나는 정의를 추구하려고 집에서도 인터넷으로도 대거 반박했지만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서 결국 자살했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 아무도 내 실력을 알아봐 주지 않았다. 옥상에 올라갔을 때 강윤서와 이건우가 나를 찾아왔었다. 이건우는 말로만 날 구하겠다고 할 뿐 가까이 다가오더니 아예 나를 밀쳐버렸다. 그때 날 바라보던 의기양양한 눈빛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우현아, 네 모든 건 이제 다 내 거야. 지옥 가서 편히 지켜봐.” 나는 온몸이 벌벌 떨리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이건우는 바닥에 쓰러지며 탁자에 머리를 부딪쳤다. 나는 그런 그를 빤히 지켜봤다. 방금 스스로 방향을 틀면서 일부러 탁자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다. 그의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강윤서는 충혈된 두 눈으로 재빨리 달려가 그를 부축하며 피를 닦아주었다. 한편 이건우는 살짝 처참한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웃었다. “괜찮아, 윤서야. 우현 씨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야. 내가 제대로 서 있지 못해서 그랬어.” 또 이런 식이다. 나와 실랑이를 벌일 때마다 이건우는 항상 약한 척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강윤서한테 너무 잘 먹힌다는 점이다. 그녀는 이건우의 말이라면 무조건 다 믿는다. 정작 나는 그녀에게 질투가 많고 매정하고 독한 인간으로 낙인됐다. 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얘가 일부러 넘어진 거야. 나랑 아무 상관없어.” “제발 좀 그만해! 사과도 못 할망정 아직도 남 탓이야? 건우한테 당장 사과해!” 강윤서는 나만 질책하며 이건우를 감싸고 돌았다. 이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 “강윤서, 열흘 뒤 결혼식 취소하자. 우리 더 이상 결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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