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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그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돈이 없다면 차라리 내 개인 이름으로 기부하는 게 낫지 그가 내게 돈을 쓰게 할 필요는 없었다. “감사패가 값비싼 건 아니에요. 그냥 제 마음이에요.” 노인은 조금 머쓱했는지 손을 비비며 말했다. “혹시 진 선생님이 너무 조촐하다고 생각하실까 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저 건강하게 퇴원하시는 것만으로도 제겐 최고의 보답입니다.” 나는 의사로서 환자가 회복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진심으로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어르신의 이 병은 재발 우려도 있으니 꼭 주의하세요. 혼자 다니는 것도 가급적 피하시고요. 퇴원하고 나서도 일주일 정도는 약 계속 드셔야 해요. 점차 줄이는 걸로 가시죠.” 이런저런 당부를 하면서 마음속에 얹혀 있던 울분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내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고 그에 대해 부끄러운 것이 없었다. 설령 그들이 나를 떠나 다른 의사를 택했다고 해도 그저 인연이 거기까지였을 뿐이다. 그래서 나도 억지로 붙잡을 이유는 없었다. “정말 감사해요. 진 선생님.” 노인을 돌려보낸 뒤 나는 그가 건넨 감사패를 들고 병실을 나섰다. 복도에서 우연히 또 다른 환자와 마주쳤는데 그가 내 손에 있는 감사패를 보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고는 나를 노려보며 비웃듯 말했다. “하... 당신 같은 사람이 감사패를 받아? 그거 준 사람은 정말 제정신 아니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제가 뭐가 문제입니까?” “문제? 웃기지 마. 당신은 진료 핑계로 환자 몸에 손대고 여자 환자를 집으로 데려간 건 다들 아는 얘기야. 창피하지도 않아?” 나는 그가 말하는 여자가... 윤시원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나는 눈빛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제 환자였고 우린 그런 관계 아닙니다.” 그러자 그는 되려 따지듯 되물었다. “그럼 왜 그 여자한테 심장약을 갖다줬는데?” “약을 살 돈이 없어서 내가 대신 가져다준 거예요.” “에이, 그런 말 누가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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