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아버지 생신이 끝난 뒤 나는 다시 바쁜 업무로 복귀했다.
원장님도 집안일을 정리했는지 복귀했는데 들리는 말로는 결국 이혼했고 전 부인이 재산의 절반 이상과 아이를 데려갔다고 했다.
얼마 전 그와 한 번 마주쳤는데 나를 바라보는 눈빛엔 음침한 기운이 가득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없었기에 그 역시 나를 대놓고 해고할 이유는 없었다.
지난번 일 이후로 진료과의 다른 의사들은 나와의 접촉을 확연히 줄였고 특히 과장은 아침 회의 때마다 빈정거리며 말을 던지곤 했다.
나는 그런 반응에 신경 쓰지 않았다.
밤 당직이 점점 많아졌고 내가 맡게 되는 환자들도 하나같이 까다롭고 위험한 환자들이었다.
분명 그들이 의도적으로 나에게 벌을 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환자들을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환자일수록 더 위험했고 수술이든 보존 치료든 어느 하나 쉽지 않았다.
오늘 막 입원한 환자도 마찬가지였다.
80대 노인이고 뇌출혈로 인해 입원했다.
과거에도 매년 병원에 입원하던 분이었지만 그땐 항상 과장이 직접 진료했다.
그런데 올해는 나에게 그를 맡겼다.
“연세가 너무 많아서 수술은 무리야. 보존 치료로 가고 우선 경과만 지켜보자. 네가 책임지고 알아서 해.”
과장은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건네는 말투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환자가 가장 다루기 어렵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치료는 한계가 있었고 실질적으로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긴급 대응만 가능한 수준이었다.
입원은 단지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금이라도 빨리 대응할 수 있으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그 연세에서는...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절대 침대에서 내리시면 안 됩니다. 일어나 앉는 것도 금지예요. 식사나 다른 이유로 일어나고 싶다면 침대를 살짝만 올려드리세요. 그것도 많이는 안 됩니다. 가족분들은 24시간 교대로 꼭 곁에 계셔야 해요. 이상 있으면 즉시 간호사 부르시고요.”
환자를 지키고 있던 가족들은 무표정했고 교대로 돌보는 사람들이라 낮엔 일하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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