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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고하준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아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철들라고? 도영 형처럼?” 깜짝 놀란 나는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 그가 말한 ‘도영 형’이 심도영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데에는 한참이 걸렸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상대하기도 귀찮았기에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만 바라봤다. 그러나 고하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떠들었다. “아까 할머니가 한 말은 그냥 장난이니까 진지하게 듣지 마. 도영 형은 서른이 넘도록 한 번도 집에 여자를 데려온 적이 없어. 우린 다들 의심한다니까? 어쩌면 형은 애초에 여자 쪽에 관심이 없는 거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너도 그 형한테 마음 둘 생각은 하지 마. 너희 두 사람은 안 어울리거든.” 나는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고하준, 제발 좀 조용히 해. 아무거나 끌어다 붙이지 말고.” 나와 심도영은 사실상 남이나 다름없었다. ‘대화를 나눈 적도 거의 없는데 뭔 마음을 품어?’ 드디어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는 내 층에서 먼저 멈췄고 고하준이 따라 내리려 하자 나는 잽싸게 그를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 넣으며 도망치듯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자마자 먼발치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세영! 너 혹시 내가 재수 없는 병이라도 옮길까 봐 피하는 거야?!” 내가 이렇게까지 서둘러 들어온 건 해야 할 중요한 일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임신 테스트기 구매 말이다. 최근 계속되는 헛구역질과 미뤄지는 생리 때문에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확률은 낮겠지만 낮다고 해서 절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아니니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급히 배달 앱으로 임신 테스트기를 주문했고 30분 후, 배달원이 문 앞에 도착했다. 테스트기를 손에 쥐니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 검사를 마치고 막대기에 한 줄만 선명하게 떠 있는 걸 확인한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생리 주기가 틀어졌나 보다. 헛구역질도 단순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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