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꺼진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전민지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윤세영, 제발... 퇴사하지 마.”
그녀의 눈에는 간절함이 어려 있었고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내가 잘못했어. 그때는 내가 정신이 나갔었나 봐. 서아현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너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 그냥 주현성한테 너 혼 좀 나봐라 하는 뜻인 줄 알았어. 이렇게까지 악랄할 줄은 정말 몰랐어.”
“그럼 그 여자가 시켰다는 증거 있어? 녹음이라든가, 카톡 내용 같은 거.”
전민지는 죄책감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그날 서기훈이 날 따로 불러내고 그 자리에서 서아현의 뜻을 전해준 거야. 난 그때... 서기훈을 믿었거든. 그래서 녹음은 못 했어.”
실망감이 밀려왔다.
그때의 대화를 녹음만 했어도, 문자로 주고받은 기록만 있었어도 나는 서아현의 본색을 드러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전민지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듯 나직이 말했다.
“내가 수년간 봐 온 서아현은 늘 교활하고 음흉했어. 절대 자기 손을 더럽히는 일은 안 해. 그 여자의 약점을 잡으려면 쉽지 않을 거야. 그만한 각오는 해야 해.”
“됐어, 그 사람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이름만 들어도 구역질이 올라오고 진저리가 날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서아현이 어떤 인간이든 이제부터는 고수혁이 알아서 겪을 일이었다. 나만 안 건드린다면, 더 이상 그런 여자와 얽힐 생각이 없었다.
“세영아, 제발 가지 마. 너 우리 뉴스팀 상황 잘 모르지? 지금 내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둘셋은 돼. 전부 자기 사람 끌어들이느라 혈안이야. 솔직히 내 사람 중에는 너만큼 믿을 만한 사람이 없어. 네가 나가버리면 나 정말 끝장이야. 제발... 안 될까?”
늘 고압적으로 굴던 사람이 지금은 고개를 숙이고 애원하고 있었으나 이미 나는 전민지의 이중적인 태도에 질릴 대로 질려 있었다. 눈앞의 그녀는 아이도 잃고 남자도 잃고 뒷배도 없는 처지라 결국 남은 건 이 일자리 하나뿐이었다.
“좋아. 네가 퇴원할 때까지는 안 나갈게. 하지만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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