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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배진우는 청진을 마친 뒤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심장 박동이 너무 약해요. 이 회복 속도는 정상 범위가 아닙니다. 혈액검사를 포함해서 몇 가지 검사를 다시 해보는 게 좋겠어요. 심한 빈혈 때문일 수도 있고요.” 그는 바로 진료실로 돌아가 검사를 의뢰하려고 했다. 그때 나는 힘없이 그를 불러 세웠다. “괜찮아요, 선생님... 어제 제가 피를 세 팩이나 뽑아서 그래요.” 배진우는 걸음을 멈추고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누가... 그렇게 시킨 겁니까? 어느 의사예요? 이런 빈혈 상태에서 헌혈이라니... 그건 환자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입니다.” 나는 담담한 듯하면서도 체념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남편의... 딸이 필요했어요. 제 혈액형이 그 아이랑 맞아서요.” 순간 배진우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마치 흩어져 있던 퍼즐이 단번에 맞춰진 듯, 모든 상황을 깨달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휴대폰까지 강제로 압수당한 겁니까? 미경 씨가 내내 연락이 안 됐다고 했던 이유가 그거였군요.” “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하지만 미경이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아 주세요. 미경이네 가족 회사가 고성 그룹과 얽힌 게 많아요. 괜히 피해주고 싶지 않아요.” 배진우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조용히 수긍했다. “좋습니다. 미경 씨한테는 비밀로 하죠. 그렇다면 경찰 신고는 어떻습니까?” 나는 문득 어머니 생명이 여전히 고성 그룹의 장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장비가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까지는 고수혁을 통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괜찮아요. 도와주려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저한테는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 일만 미경이에게 비밀로 해주세요.” 어른들의 세계에는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나는 그 선을 넘기 싫었기에 더 이상의 사정은 말하지 않았다. 배진우도 억지로 캐묻는 성격이 아니었다. 헌혈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한 뒤에도 내가 거절하자 그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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