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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고수혁은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선물을 챙기긴 했지만 단 한 번도 나와 함께 촛불을 켜고 저녁을 먹은 적이 없었다. 해마다 정성을 다해 요리하고 정성껏 상을 차려도 나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도 없는 텅 빈 식탁뿐이었다. 고수혁은 집에 돌아와 와인잔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무표정하게 말했다. “오늘 회사 일이 너무 많았어.” 그러고는 포장지에 싸인 선물을 식탁 위에 툭 올려놓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다. 결혼기념일의 선물은 어느 순간 의무나 형식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올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어젯밤 잠시 비쳤던 그의 진지한 태도가 마음을 스칠 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고수혁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서아현과 다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사실에 올해의 결혼기념일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역시 올해도 똑같네... 밤늦게 들어와 목걸이 하나 던져주는 걸로 끝나겠지.’ 그러나 현실은 그런 초라한 예상조차 무너뜨릴 만큼 처참했다. ... 점심 무렵, 나는 우연히 서아현의 SNS를 보게 됐다. 그 사진에는 익숙한 목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바로 어제 고수혁이 되찾아왔다던 그 보랏빛 비취 목걸이였다. 서아현은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어 그 목걸이가 최대한 돋보이도록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사진 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공주 생일엔 보랏빛이 진리!] 댓글은 순식간에 폭주했다. [헐... 진짜 공주님 그 자체네...] [이 비취 목걸이 미쳤다. 이런 주얼리는 어울리는 사람은 다른 세계 사람뿐임.] [생일 축하해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그제야 나는 나와 고수혁의 결혼기념일이 서아현의 생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 해마다 그가 늦게 들어온 것도 내가 차려놓은 저녁을 먹지 않은 것도 모두 설명이 되었다. 그는 이미 서아현과 함께 식사했고 마음과 시간도 모두 그녀를 향해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눈가가 뜨거워지고 코끝이 시큰하게 아려왔다. 어젯밤 그가 내뱉던 말들, 그리고 그 표정까지 모두 생생히 떠올랐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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