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나는 분노에 몸이 떨려 그의 핸들을 잡으려 했다.
고수혁은 그제야 사색이 된 얼굴로 허둥지둥 차를 길가에 세웠다.
“윤세영, 너 미쳤어?”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방금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알아?”
나는 그와는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곧 전 남편이 될 사람에게 내 결백을 증명할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나는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
하지만 그는 내 손목을 꽉 잡아 다시 끌어당겼다.
“왜 병원에 가려 하지 않는 거야?”
그의 눈빛에는 의혹의 그늘이 한층 짙게 깔렸다.
“혹시 무슨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거야?”
나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무슨 병에 걸리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우리는 다 끝난 사이야. 내가 너한테 옮길까 봐 걱정하는 거야?”
“아직도 그 고집을 꺾지 못하겠어?”
고수혁의 얼굴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음울해졌다.
“전부터 말했지, 사사건건 참견하지 말고 집에서 고씨 가문 사모님 역할이나 잘하라고. 이제 너도 봤지. 나와 고씨 가문의 그늘에서 벗어나면, 너는 그냥 남이 먹으려고 도마 위에 올려놓은 고기 신세라는 걸!”
억울함이 한순간에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자 나는 그의 서리 서린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어젯밤에 너는 분명 그곳에 있었어. 네가 거기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어? 내가 너더러 나를 구해달라고 했을 때, 네가 나를 구해 줬어?”
고수혁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멈칫하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
“네가 언제 나한테 구해달라고 했는데?”
나는 더 서러워져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지... 너의 관심은 온통 서아현 씨한테 가 있었으니까. 그녀가 가슴이 아프다니까 너는 그냥 서아현 씨를 품에 안은 채 떠나버렸지. 당연히... 나 따위는 눈에 띄지도 않았겠지.”
“어제 그건... 너였어?”
그는 자신이 들었던 그 구조요청 소리를 되새기더니 비로소 정신을 차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고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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